한화솔루션의 흡수합병 1년 반 만에 인적 분할…김동선 상무 ‘갤러리아’ 지배 근거 마련
한화솔루션은 지난 2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적 분할은 기업을 분리할 때 신설법인의 주식을 모회사의 주주에게 같은 비율로 배분하는 수평적 분할 방식이다. 한화솔루션과 한화갤러리아는 인적 분할을 통해 기존 주식을 약 9(존속 한화솔루션) 대 1(신설 한화갤러리아) 비율로 나눈다. 한화갤러리아는 분할 후 이듬해 3월 말 재상장할 예정이다.
앞서 한화갤러리아는 2021년 4월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됐다. 당시 한화솔루션 측은 흡수합병 이유에 대해 “각 부문 간 자원의 효율적 배분, 의사결정 구조 단순화 등을 통한 경영 효율성 극대화”라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갤러리아의 흡수합병 발표 후 의아함을 표하는 이들은 많았다. 두 회사의 접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974년 설립된 한화솔루션은 케미칼·고기능성 소재 부문의 사업과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에너지·소재 기술 기반 솔루션 기업이다. 2020년 1월 한화케미칼·한화큐셀·한화첨단소재를 통합해 새로운 법인으로 출범했다. 백화점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한화갤러리아와 사업적 측면에서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한 한화솔루션은 약 1년 반 만에 다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된 후 실적 개선을 이뤄 별도법인으로서 안정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 분할하기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된 후 재무구조를 개선했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에 합병되기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2019년 매출액은 4774억 원으로 전년(6649억 원) 대비 28% 감소했다. 2019년 영업이익은 418억 원으로 전년(191억 원) 대비 118% 증가했으나 당기순손실은 896억 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2020년 매출은 4527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28억 원으로 급감했다.
한화갤러리아는 2020년 센터시티를 팔아 3000억 원을 손에 쥐었고, 지난해 3월에는 갤러리아 광교을 처분해 6535억 원을 마련했다.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되고 난 후 한화갤러리아는 2021년 매출액 5147억 원, 영업이익 289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0년 말 213%에서 지난해 말 90%로 개선됐다. 신용등급도 A-에서 AA-로 올라섰다.
한화갤러리아는 오는 2023년 3월 상장을 노리면서 인적 분할 후 신사업 부서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기존 백화점 사업은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리테일 사업 다각화와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으로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갤러리아 인적 분할에 대해 한화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인적 분할되면서 한화그룹 삼형제가 승계할 사업 부문의 윤곽이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화솔루션 지분 36.35%를 보유하고 있던 (주)한화는 인적 분할을 통해 새로 설립되는 한화갤러리아에 대해서도 지분율 36.35%를 가진다. 한화갤러리아가 (주)한화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된 것. 이로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태양광·방산·화학부문,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부문,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호텔·리조트·유통부문을 맡는 그림이 그려졌다는 평가다.
김동선 상무는 지난 3월부터 한화갤러리아 부문의 신사업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김동선 상무가 한화갤러리아를 지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영승계 포석이 확실하다”며 “LG그룹과 LX그룹이 계열분리 했던 것처럼 (한화도) 이번 분할을 통해 사전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한화그룹이 합법적인 경영 승계 절차를 밟는지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재계에선 합법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경영능력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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