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인지 현물출자인지 함구 두고 ‘반발 의식’ 시각…현대모비스 “정해진 바 없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8월 18일 자사의 사업 부문인 모듈과 핵심부품 사업 부문을 2개 계열사로 분할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새로 출범할 현대모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대응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화하는 데 주력하고, 분할하는 생산전문 계열사는 글로벌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갖춘 전문 제조사로 육성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측이 밝힌 분할 일정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이달 중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고, 11월 통합계열사를 출범하기로 했지만 그 진행 과정은 안갯속이다.
시장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사업 부문 분할에 관심이 높다. 순환출자 구조인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아직 온전히 갖추지 못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이들 계열사 가운데 정의선 회장이 3% 이상 지분을 확보한 회사는 없다. 따라서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이들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이들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을 완전히 지배해야 한다.
이 중 현대모비스가 정의선 회장의 지배 아래 놓기 가장 용이한 회사로 보인다. 해당 계열사 중 규모가 가장 작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지배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지난 28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현대모비스 18조 3900억 원, 현대차 38조 3500억 원, 기아 29조 9500억 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분할을 정의선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하락할수록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만큼 적은 자금이 든다. 현대모비스의 몸집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다.
주목할 점은 분할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는 분할 방식에 대해 물적분할인지 현물출자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현물출자 분할 방식은 사업 부문을 떼내고 분할회사의 지분을 존속회사가 100% 가져간다는 점에서 물적분할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 주주들의 의견을 구해야 하는 물적분할 방식과 달리 현물출자 방식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다.
현대모비스는 현물출자 방식의 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공개한 관련 공시에서 현대모비스는 당시 검토하고 있는 사업 분할 일정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주총 개최 일정을 제외했다.
현물출자 방식의 분할을 진행하면 주주들의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없다. 현재 시장에서는 물적분할 방식에 대한 기존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DB하이텍은 물적분할을 추진했다가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무산된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애를 먹었던 전례가 있다.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존속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해 사업회사를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23.29%)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다. 이후 기아차가 가지고 있던 현대모비스 지분과 정의선 회장이 가지게 되는 현대글로비스·사업회사 합병법인의 지분을 맞교환하려고 했지만 당시 주주들 반대로 무산됐다.
물론 현대모비스가 주총 특별결의 없는 꼼수 분할이라는 반발을 피하기 위해 물적분할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는 주총에서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 상법상 특별결의를 위해서는 총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찬성하고,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지배주주 우호지분은 지난 6월 말 기준 31.38% 수준이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몇 년간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했다. 2019년 3225억 원, 2020년 2348억 원, 2021년 2052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 현대모비스가 매입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주주의 의결권 비율이 높아진다. 기존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별다른 지분 매입 없이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실제 현대모비스의 지배주주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소유 주식 수의 변동 없이 지분율이 상승했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 기아는 2018년 말 16.88%에서 2021년 말 17.37%로 지분율이 0.49%포인트 상승했다. 현대모비스 지배주주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현대제철(5.66%→5.82%), 현대글로비스(0.67%→0.69%)도 주식 수 변동 없이 지분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총 3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기존 주주들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지배주주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모습(관련 기사:서로 백기사 역할? 현대차그룹·KT ‘자사주 교환’ 보는 또 다른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7일 현대모비스는 KT와 자사주를 맞교환 사실을 알렸다. 해당 거래로 KT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1.49%를 확보했다.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KT로 넘어가면서 의결권이 생긴 것인데 KT가 기존 지배주주의 우호세력 역할을 할 경우 적잖은 우호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 회장은 “자회사 설립이 실질적으로 사업 분할이 아닌지 의문을 가지는 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주주 보호 방안이 필요한데 분할 방식조차 불분명하게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사업 부문 분할과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 이와 관련해 현재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 또한 없다”며 “관련 사항은 이해관계자가 있어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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