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내부 거래로 225억 비자금 마련…동남아 일대 활보, 자진 귀국 의사 없음 내비친 셈
#조용하게 뜬 ‘광림’ 매각 지분 공시
9월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트에는 주식회사 광림 관련 공시가 하나 올라왔다.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의 최대주주인 칼라일홀딩스가 소유 주식 1443만 8534주 전량을 주식회사 제이준코스메틱에게 매각한다는 것이었다. 광림의 지분 15.92%를 모두 매각하는 계약인데 거래금액은 225억 원에 달한다. 사측은 인수 목적으로 ‘경영권 인수 및 사업다각화’라고 설명했다.
일단 광림이 쌍방울그룹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돌려 소유’하고 있었다. 칼라일홀딩스가 광림의 지분 15.92%를 소유하고 있었고, 광림은 (주)쌍방울의 지분을 13%, (주)비비안의 지분을 4%, (주)미래산업의 지분을 25% 각각 가지고 있다. 광림은 여기에 보태 (주)SBW생명과학의 지분도 48% 가지고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주요 지분을 보유한 핵심 회사인 셈이다. 물론, CB(전환사채) 발행으로 계열사들 사이의 지분 구조도 복잡하다. (주)쌍방울은 (주)비비안의 지분을, (주)비비안은 다른 회사 하나를 거쳐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오케이는 다시 (주)광림의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다.
광림은 여러 차례 주가 급등을 연출한 곳이기도 하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밝혔을 때 ‘광림’을 가장 앞세웠다. 당시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사업을 하는 광림을 주축으로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쌍용차 인수전 참여를 호재 삼아 주가를 띄우고도 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렇게 쌍방울그룹 내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광림의 최대주주 칼라일홀딩스 지분 전체를 매각한다는 점이다. 김성태 전 회장이 절반 넘게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칼라일홀딩스에는 함께 도주 중인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지분도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도주 중인 이들이 이번 매각으로 225억 원의 현금을 받게 된 셈이다.
회사를 넘겨받게 되는 제이준코스메틱도 쌍방울그룹과 사실상 한 몸인 곳이다. 공시에 따르면 제이준코스메틱의 최대주주는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주)아이오케이컴퍼니다. (주)아이오케이컴퍼니의 대표이사는 양재원 씨인데, 양 씨는 9월 5일 날짜로 제이준코스메틱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주)광림의 지분을 쌍방울그룹 내 계열사가 최대주주로 있고, 쌍방울그룹 계열사 대표가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곳에서 김성태 씨 개인회사로 알려진 칼라일홀딩스에 225억 원을 매각 자금으로 주는, 내부 거래인 셈이다.
검찰이 변호인들을 통해 ‘귀국할 것’을 종용하고 있지만, 200억 원이 넘는 도주 자금을 마련하며 ‘귀국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셈이다. 관련 흐름에 정통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칼라일홀딩스는 사실상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지분이 전부인 회사나 다름없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해외 도주를 오래오래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계열사 매각 공시를 띄운 것인데 검찰이 과연 이런 정황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칼라일홀딩스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자금을 꺼내 사용하거나 활용하기가 쉽다”며 “이미 3개월 가까이 해외에서 머무르는 김성태 전 회장이 다른 계열사에 광림 지분을 매각해 200억 원이 넘는 돈을 마련했다는 것은 ‘더 오래 해외에 있겠다’는 결정을 하고 시행에 옮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죄인 인도 전문가 수사팀에 파견했지만…
물론, 검찰도 김성태 전 회장 검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범죄인 인도와 형사사법 공조 분야 영역에서 전문가로 손꼽히는 조주연 대검 국제협력단장을 수원지검 수사팀에 파견했다. 태국의 경우 한국과 범죄인 인도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김 전 회장 신병 확보를 위해 파견한 셈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비웃듯 자유롭게 동남아 일대를 이동하고 있다. 이미 여권이 무효화됐고 인터폴 적색수배도 내려졌지만 위조 여권 등을 통해 육로로 출입국을 하고 있다는 추측이다. 실제 검찰도 김 전 회장이 이미 싱가포르, 태국을 거쳐, 베트남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억 원이 넘는 계열사 매각 대금을 챙긴 김 전 회장이 황제 도피를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심지어 최근까지 서울 강남의 고급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을 자신의 태국 도피처 등으로 수차례 불러 유흥을 즐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 전 회장은 해외 도피 중에 쌍방울 임직원에게 연락해 서울 강남에서도 술값과 팁이 비싼 이른바 텐프로 룸살롱의 여성 종업원을 자신이 머물고 있는 동남아 거처 등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적색수배만으로는 신병 확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도 나온다. 인터폴 적색수배의 경우 수배 대상자가 공항이나 항만 등 여권을 사용해서 출입국을 해야 하는 신원 확인 장소에서 주로 작동된다. 이동을 자제하거나, 위조된 여권으로 이동 시 검거가 어렵다. 현지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려 시도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해당 국가의 경찰들과 밀접한 공조가 필요하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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