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관계자 임직원 고용 이유로 부과된 가산세에 반발…1·2심 모두 패소, 위헌법률심판 신청도 기각
지난 8월 16일 서울고등법원은 A 재단이 서울 시내 한 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가산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A 재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2020년 3월 A 재단은 세무당국이 세금을 추가로 물리자 이를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2021년 4월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9월 2일 A 재단이 상고했다.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원고와 피고에게 각각 상고기록접수통지서만 송달된 상태다.
소송에 이르게 된 이유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이 공익법인 사후관리 실태조사를 통해 2018년 A 재단에 약 1억 8830만 원의 세금을 추가로 물리면서부터다. 2002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A 바이오에서 감사로 재직한 이 아무개 씨가 2002년 4월부터 2018년 실태조사 당시까지 A 재단의 사무국장으로 근무 중인 사실과 2005년 3월부터 2006년 4월까지 A 제약의 상무이사로 일한 양 아무개 씨가 2007년 1월부터 2009년 8월까지 A 재단의 직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됐다.
세무당국은 A 재단이 A 바이오와 A 제약의 임원이었던 이 씨와 양 씨에게 2008년 지출한 직‧간접 경비 금액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내라고 재단에 명령했다.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법률 제9269호로 개정되기 이전, 상증세법)’에 따라 ‘출연자 또는 그와 특수 관계에 있는 자가 공익법인의 임직원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해당 법 제78조 8항에는 ‘출연자나 출연자의 특수 관계에 있는 자가 공익법인 임직원이 되는 경우, 임직원에게 지출한 직‧간접 경비에 해당하는 금액 전액을 매년 공익법인이 납부할 세액에 가산해 부과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익법인 출연재산에 대해서는 상속, 증여세의 비과세 혜택을 주는 대신에 공익목적사업에 온전히 사용돼야 할 금액이 출연자나 특수관계자에게 쓰이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A 재단은 이 같은 결정에 반발했다. 우선 재단이 상증세법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익법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단이 설립될 당시 직접 재산을 출연한 것은 창업주가 아니라 재단의 이사들이었다는 것이다. 또 설령 창업주가 출연자라 하더라도, A 재단을 상속받아 운영 중인 창업주의 아들은 A 재단에 출연하거나 재단을 설립하지 않았기에 대통령령에 따른 공익법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도 반박했다.
또 A 재단은 사안의 중심에 선 이 씨와 양 씨가 창업주 및 창업주 아들의 특수관계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상증세법 시행령에서 특수관계에 대한 명문 중 ‘사용인과 사용인 외의 자로서 당해 출연자의 재산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만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 씨는 A 바이오와 위임계약을 체결한 감사로서 사용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A 재단 임직원이 된 후에 비로소 A 바이오의 감사가 됐기 때문에 선후관계상 가산세 부과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A 재단은 양 씨에 대해서는 A 제약의 상무로 근무하다 퇴직해 특수관계가 해소된 후 A 재단의 임직원이 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퇴직 임원이 임원 범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양 씨는 미등기 상무이사라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A 제약의 임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 재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창업주가 설립 시부터 1993년까지 A 재단에 재산을 출연했다고 돼있고 출연금 액수도 압도적으로 많아, 이사 선임 등 설립행위에 깊이 관여했으리라 짐작된다는 것이다. 또 상증세법의 취지를 고려해 창업주 아들이 상속받았다고 해도 가산세 부과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A 바이오 감사 이 씨와 A 제약 상무 양 씨는 특수관계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출연자와 특수 관계에 있던 사람이 추후 공익법인의 임직원이 되든, 공익법인의 임직원이 된 이후 출연자와 특수 관계를 맺었을 때든 가산세 부과 대상에 해당된다고 봤다. 어느 경우든 출연자가 공익법인을 사적으로 지배 또는 유용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같다는 것이다.
A 제약 임원에서 퇴직한 후 A 재단에서 근무했기에 특수관계자가 공익법인의 임직원이 된 사례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상증세법 시행령에서 임원은 퇴직 후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임원을 말한다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A 제약 상무로 근무한 양 씨가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양 씨가 상무 직함을 가지고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일하며 경영에 크게 관여했고, 등기이사와 연봉이 400만 원밖에 차이 나지 않아 등기이사에 준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재단은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도 제청했다. 문제로 삼은 법 조항은 상증세법 제48조 8항과 제78조 6항이다. ‘출연자 또는 그와 특수 관계에 있는 자가 공익법인 현재 이사 수의 5분의 1을 초과하거나, 당해 공익법인 등의 임직원으로 되는 경우에는 가산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A 재단은 해당 조항이 출연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수관계자일 경우 이사와 달리 임직원은 공익법인에 한 명만 있어도 가산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인세법에 따라 공익법인이 사업 연도별로 1000만 원 이상의 가산세를 추징당하면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게 되기 때문에 최소침해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해당 법 조항은 공익법인이 출연자 등에 사적으로 지배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으로, 특수관계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A 제약은 이외에도 세무당국이 청구한 2009년과 2017년 귀속분 재산세 가산세 약 11억 원에 대해서도 불복해 지난해 8월 가산세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A 재단 관계자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따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세무서 관계자도 “현재 사건을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소송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입장이나 대응 방안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변 받았다”고 전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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