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서로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믿소. 모두를 위해 저에겐 당신이 꼭 있어야 하오. 제게 마음을 주시오. 이것은 '청혼'이오."
지난 2일 수영 씨(가명)는 한 남자에게 자필로 쓴 청혼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었지만 수영 씨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수차례 거절 의사를 보였는데도 선물을 사서 사무실로 찾아오는가 하면 몇 시간째 혼자만의 약속 장소에서 수영 씨를 기다렸다는 남자.
그는 8년 전 변호사인 수영 씨가 사건 변호를 맡았던 살인미수 사건의 피의자 여 아무개 씨였다. 당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대뜸 올해 수영 씨를 찾아와 강압적인 태도로 집착을 하고 있다는 것.
수영 씨가 청혼에 응답하지 않자 지난 18일에는 수영 씨의 사무실에 휘발유까지 들고 나타나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까지 했다. 지속적인 스토킹으로 수영 씨를 공포에 떨게 하는 이 남자. 이미 제작진과도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210회 출연자 박기준 씨는 "뉴스 딱 켜다 보니까 딱 그렇게 나오더라고. 그래서 직감적으로 한 99% 정도는 '아 쟤가 맞구나' 그 생각 했습니다. 저는 바로 알았어요. 아이고 저놈이 나왔구나"라고 말했다.
그는 다름 아닌 2014년 인력사무소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 여 씨였다. 여 씨가 휘두른 칼날이 얼굴에 박혔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난 당시 피해자 기준 씨는 아직도 그에 대해 생생히 기억했다.
게다가 여 씨는 이미 2006년 한차례 살인을 저지른 적이 있어 피해자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었는데 과도를 들었던 그가 이번엔 휘발유를 들었고 그다음에는 어떤 일을 벌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살인, 살인미수, 스토킹, 방화 협박, 흉기 난동까지 16년 동안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 남자. 그는 어떻게 매번 자유의 몸이 되어 사회에 나올 수 있던 것일까.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 된 남자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인지 범죄를 저지르고도 매번 자유의 몸이 되는 남자와 법의 사각지대에 대해 취재해 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1억 2000만 원을 둘러싼 진실 공방전도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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