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와 정치·법조 VIP들 시세차익 12배 이상 추측…‘내부자 진술 필수’ 주가조작 입증은 쉽지 않아
다만 아직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자금 흐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의 주가조작을 입증하려면 자금의 용처와 목적을 알아내야 한다. 자금 흐름을 확인했다 해도, 자세한 내용은 내부자의 진술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시장에서 “수사한다 해도 쉽게 입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림은 안 오르는데 나노스는 오른 까닭
전환사채(CB)를 특정 세력(조합)을 상대로 발행해 대량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을 준 뒤, 주식이 상장될 즈음 호재 소식을 시장에 흘려 처분하는 방식은 주가조작 세계에서 시세 차익을 얻어내는 가장 전형적인 투자 패턴이다.
나노스(현 SBW생명과학)도 그랬다. 2018년 4월,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둔 시점에 나노스는 남북 경협 기대감이 있는 종목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3000원을 밑돌았던 주가는 단숨에 6000원대로 뛰어올랐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2018년 9월 3일에는 1만 900원에 거래가 된 데 이어, 다음날 장 중 한때 1만 1200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후 나노스 주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그해 12월에는 다시 5000~6000원대로 내려앉았다.
나노스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주)광림이 남북 경제협력 확대 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나노스의 지분 53.12%를 보유한 모회사 광림이 남북경협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자회사인 나노스에도 매수세가 몰렸다는 게 당시 쏟아진 기사들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광림의 주가는 오르지 않았다. 정작 광림은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4월 내내 4000원대에서 거래를 이어갔다. 광림이 지분을 50% 넘게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4배 가까이 오른 나노스와는 너무 다른 흐름이었다.
한 차례 재미를 본 쌍방울그룹이 2019년에는 직접 나섰다. 2019년 1월과 5월,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그룹은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과 경제협력 사업 합의서를 작성했다. 당연히 떨어지던 나노스의 주가는 다시 올랐다. 2018년 12월 6000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던 주가는 2019년 1월 9000원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구속된 이화영 전 국회의원(전 쌍방울그룹 사외이사)이 이를 위해 쌍방울그룹과 긴밀하게 움직였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이화영 전 의원은 2019년 7월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필리핀에서 열린 아태협의 대북 교류행사에 참석해 북측 고위급 인사를 만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화영 전 의원이 올해 초까지 약 3년 동안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차량 등 총 4억여 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들을 쌍방울 계열사 연예기획사에 취업시킨 뒤 월급을 받도록 하고, 차명으로 쌍방울 계열의 코스닥 상장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법조계 VIP 챙겨줬을 가능성”
쌍방울그룹이 당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주도했던 남북 경협 모델을 노려, 거액의 시세 차익을 얻었고 이 과정에서 정치계와 법조계 인사를 챙겨주기 위해 차명으로 지분을 태워줬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쌍방울그룹의 자금 흐름에 정통한 CB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가들은 바보가 아니라서 미국 제재 받는 북한에 1달러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그런데 왜 쌍방울그룹은 북한과의 경협 모델에 돈을 썼겠나. 김성태 전 회장 세력에게 가장 쉬운 것은 시세를 띄워 차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전환사채(CB)를 다시 봐야 한다. 나노스는 2017년 2월 주식 6000만 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 3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이 CB를 사간 것은 쌍방울과 광림. 하지만 두 회사는 한 달 뒤에 ‘제우스1호투자조합’에 150억 원어치(3000만 주)의 CB를 되팔았다. 즉, 나노스 주가가 오를수록 주식으로 바꿔 매매할 수 있는 제우스1호투자조합과 조합의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이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제우스1호투자조합에는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 외에도 다수의 VIP들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나 구속된 이화영 전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 측근 A 씨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조합 뒤에 숨어 ‘주가조작 시세차익’을 노린 정치계, 법조계 인사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쌍방울그룹은 정말 발 넓게 정치권 및 법조계 인사들과 관계를 만들었고, 이들에게 차명으로 조합에 지분을 태워줄 테니 이름만 넣으면 된다는 식으로 제안을 많이 했다”며 “사실상 김성태 전 회장이 각각의 VIP들에게 2억~3억 원 정도의 뇌물을 줬고, 이 뇌물은 나노스의 주식으로 바뀌어 주가가 올라간 만큼 받아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7년 2월 나노스가 발행한 3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가액은 주당 500원이었다. 주가가 한창이던 2018년에 6000원 정도로 처분했다고 가정해도 12배 이상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핵심 인물들로부터 진술 확보 어려울 것”
검찰은 일단 이화영 전 의원과 쌍방울그룹 간 관계를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화영 전 의원이 2019년 1월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중국 선양으로 출국한 점, 그해 5월 이 전 의원이 김 전 회장과 함께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를 직접 접촉해 단천 특구 광물자원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약정하고 합의서를 쓴 점 등을 토대로 이화영 전 의원이 쌍방울그룹의 계획에 공모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설명도 나온다. 관련 사건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주가조작 수사가 어려운 것은 돈의 흐름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떤 목적의 비용 지출’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알 만한 핵심 관계자들은 대거 해외에 나가 있기 때문에 검찰은 진술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 전 의원에게 건네진 뇌물 대가는 입증하더라도 이를 토대로 이뤄진 쌍방울그룹의 대북 수혜주 주가조작 행위까지는 수사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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