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연 8% 시대 전망, 변동금리 차주들 곧 체감…‘불패신화’ 서울 아파트 내년 하락세 더 가팔라질 듯
#대출금리 상승, 내년에 본격화될 충격파
시중은행 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기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지난 9월 30일 기준 연 4.73~7.141%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연 4.51~6.813%)와 신용대출 금리(연 5.108~6.81%)도 상단이 7%에 근접했다. 청년과 서민 등의 실수요가 주를 이루는 전세대출 금리도 연 4.26~6.565%까지 상승했다.
국내 주택 관련 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자 상환 기간에 시중은행 금리가 오르면 차주들이 대거 영향을 받게 된다. 일반적인 변동금리 대출계약은 금리가 바뀌었을 경우 3개월 혹은 6개월이 지나 금리가 적용된다. 현재 차주들이 부담하고 있는 금리는 대부분 3~6개월 전의 금리이므로 아직 차주들이 금리 인상의 여파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6월과 7월에 이어 9월까지 연달아 3회 연속 0.75%포인트(p)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연말에도 0.75%p 이상의 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미국이 올 하반기에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긍정적인 전망인데 이 경우에도 내년 하반기까지도 집값 하락 기조가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잡힌다고 해서 미국이 금리를 바로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9월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문도 연세대 경영대학원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물가가 잡혀도 미국 금융당국이 3~6개월 정도 모니터링을 거칠 것이고 인하를 결정하더라도 절대 한꺼번에 많이 내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높아진 금리를 당분간 계속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잇단 금리 상승의 여파로 ‘부동산 불패신화’로 유명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택 가격은 8월 기준으로 전월 대비 0.24% 하락하며 전 지역에서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다. 내년에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적으로 현실화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폭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세금 부담도 집주인들에게 처분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이런 매물들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앞서의 한문도 교수는 “단기 임대사업자들도 임대가 종료되면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1년 안에 부동산을 내놓아야 한다. 수요자의 구매여력이 줄어든 상황에 공급량만 더 늘어나니 내년엔 가격 하락폭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고금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렇게 금리가 높았던 적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도 2005년부터 7차례 인상을 단행하며 금리를 끌어올린 적이 있다. 다만 한문도 교수는 “당시에는 신도시 30평형 아파트 가격이 5억 원이 채 안 됐고 보통 1억~2억 원 수준의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최소 2억~3억 원, 많이 받으면 5억~6억 원까지도 쉽게 받아왔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역시 “당시에는 집값 상승 여지가 많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가 규제를 풀면서 집값이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주택 구매를 원하는 수요가 충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2014년 이후 과도하게 상승한 서울 집값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더 올라갈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가 이렇게 급하게 오르면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택금융공사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의 주택을 구입했을 경우 지게 되는 대출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인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서울의 경우 204를 기록했다. 2004년 첫 통계를 산출한 이래 최고 수치다. 지수 상으로 현재 서울의 주택 매수자들은 소득의 50% 이상을 대출금 상환에 소모하고 있다.
앞서의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거래량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영끌’ 매수자들이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려 물건을 급매물로 내놔도 그걸 소화해 줄 신규 수요자들이 대출금리 부담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8월 서울 시내 전 지역에서 주택 거래량은 아파트 급매매 위주로 소폭 거래된 물량이 대부분으로 전체 거래량은 전월 대비 12%,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시중은행권의 한 창구 직원은 “높아진 이자에 전세보증금을 대출받은 세입자들의 경우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의 2022년 8월 부동산 월간동향에 따르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전세수요는 감소했으나 전세수요층의 월세 전환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서의 김인만 소장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레버리지로 전세 보증금을 끼고 부동산 투자를 했던 집주인들의 주택 처분 압박도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소위 말해 부동산 시장이 ‘골로 가는’ 충격을 받은 셈이다.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됐다는 신호, 집값이 하락할 대로 하락했다는 신호가 둘 다 나타나야 거래가 다소 회복될 거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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