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했지만 지지부진…대형 보험판매대리점 인수로 ‘외연 확대’ 노려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생명은 피플라이프 인수를 결정하고 계약과 관련한 세부 작업을 조율 중이다. 이르면 내달 중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며 매각 주관사는 도이치뱅크가 맡았다는 구체적 내용이 흘러나왔다. 피플라이프는 삼성생명 출신 창업자인 현학진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6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인 코스톤아시아가 32.2%, 푸본현대생명이 4.9%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과 FI지분을 포함한 100% 지분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피플라이프는 현재 국내 법인보험대리점 업계에서 매출액 기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465억 원, 영업이익은 99억 원이었다. 현재 오프라인 지점 수는 180여 곳, 설계사 수는 3760여 명 규모이다. 피플라이프는 법인 영업에 특화해 성장한 회사다. 이후 일반 고객까지 사업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내방형 점포 ‘보험클리닉’을 설립했다. 피플라이프는 2023년까지 내방형점포를 400개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점차 확대해 왔다. 배우 현빈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고객 방문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12월 보험클리닉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화생명의 피플라이프 인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지분매각 거래를 위해 협상을 했지만 지분 가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거래가 무산됐다. 당시 피플라이프는 3000억 원 이상을 요구했으나 한화생명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엔 2000억 원대 중후반에서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화생명이 대형GA를 인수하려는 데는 지난해 출범한 한화금융서비스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월 총자본 6500억 원, 대리점 500여 곳, 임직원 1300여 명, 설계사 1만 9000여 명으로 이뤄진 국내 최대 법인보험대리점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했다.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 채널을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 분리’가 이를 통해 이뤄졌다. 단숨에 GA업계 1위로 올라섰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미쳤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영업수익은 3280억 원이었으며 169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판분리라고 했지만 영업조직만 분사한 것이라 이전과 크게 달라진게 없었다. 판매조직의 가장 큰 비용은 인건비와 임대료인데 인건비 부분에서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 이후 설계사 이탈도 꾸준히 발생했다. 기존 한화생명 전속설계사들이 GA로 소속이 바뀌면서 출범 당시 1만 9000여 명이던 설계사 수는 지난해 6월 1만 8765명, 12월 1만 7743명으로 줄었다.
2018년 3600억 원 수준이던 한화생명의 순익은 2019년 1146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체질개선 등을 통해 순이익이 회복됐지만, 올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2508억 원) 대비 57.4% 감소한 1067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비차이익 부문의 역성장으로 한화생명의 보험이익이 경쟁사 대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화생명의 3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실적)는 29.4% 하회한 614억 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결국 한화생명의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피플라이프라는 대형 GA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연을 확대하면 생명보험, 손해보험을 포괄한 상품 컨설팅을 제공하기 쉬워지고 판매조직 대형화를 통해 그만큼 고객과의 접점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GA긴 하지만 생명보험 상품은 한화생명 자사 상품만 영업할 수 있었다. (피플라이프) 인수를 통해 영업 조직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여진다”며 “보험산업이 아직까지는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실적이 좋은 편이다. 조직의 규모를 키워 가격 협상력을 더 키워보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아직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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