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우해(牛海)'라 불렸던 남쪽 바다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가 탄생했다.
'보라어', '감송', '윤랑어'라 불렸던 어보 속 낯선 물고기들은 지금도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을까. 그 값진 유산이 탄생한 바다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풍요의 남쪽 바다로 가본다.
율티마을 토박이인 이상용, 이상율 씨 형제는 풍요로운 바다 '우해(牛海)'에 기대어 평생을 살아온 어부 가족이다. '우해'는 지금의 창원 마산합포구 바다이자 옛 진해의 바다를 일컫는데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기수지역으로 사시사철 어종이 풍부한 보물창고다.
이맘때면 과거 '보라어'라 불렸던 볼락부터 지천에 널릴 만큼 넘쳐났던 문절망둑, 이 근방에서만 볼 수 있다는 '안반어'까지 바닷가 사람들을 먹여 살린 다양한 생선들이 쉼 없이 올라온다. 율티마을 어부 형제가 가을맞이 물고기 사냥에 나선다.
찬바람 불어오는 가을철이면 율티마을 밥상을 가득 채운다는 생선들.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맛의 문절망둑은 '고시래기'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문절망둑 회를 통고추에 넣고 마늘과 집장을 얹어 먹는 '통고추 문절망둑 박이'는 배 위에서 허기를 채우던 어부들 추억의 음식이다.
동태 대신 보리멸에 방앗잎과 부추를 얹어 부쳐낸 지짐과 안반어 조림도 마을 토박이들만 안다는 맛. 물고기와 조개류가 넘쳐나던 우해의 풍성함은 200여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1801년 신유박해에 연루돼 율티마을로 유배를 온 조선의 문인 담정 김려. 그는 어민들과 부대껴 살며 인근 바다의 물고기와 어민들의 삶을 기록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우해이어보'다. 그러나 녹록지 않던 귀양살이에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 김려, 그때 어민들은 특별한 생선 요리로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고 한다.
유배지였으나 언제나 풍요롭고 넉넉했던 우해와 사람들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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