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권성동 제안에 당협위원장 일부만 걸어…2016년 총선 땐 박근혜 사진 홍역 치른 적도
현재 국민의힘 전국 시·도당과 당협위원장들 일부만이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협위원장 대부분이 현직 대통령 사진을 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당협위원장이 대통령 사진을 거는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시·도당 사무실 중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거는 곳이 있더라. 하지만 저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해서 그런지 걸지는 않았다. 대통령께서 자유를 기치로 국민적 지지를 얻으셔서 당선됐는데, 북한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 사진을 사무실에 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지 않나 싶다. 특히 민생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이런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한 당협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사진 거는 것을 두고 사석에서 전한 말이다. 실제 국민의힘 중앙당은 지난 7월 전국 시·도당과 당원협의회 등에 윤 대통령 사진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국 시·도당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걸려고 시도를 했다가 흐지부지됐다”며 “사진을 건 사무실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사무실은) 중앙당과 전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사진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당협위원장이 현직 대통령 사진을 사무실에 거는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협위원장이 개인 사무실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건다면 공식적인 당원협의회 사무실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당법 37조3항에는 시·도당이 하부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당원협의회 사무소를 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정치인 출신 한 변호사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변호사, 컨설팅 등 개인 업무를 위한 사무실을 내고 정치 활동을 한다”며 “그런 개인 사무실에 대통령 사진을 거는 행위는 공식적인 당원협의회 사무실로 간주될 수 있다. 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원칙적으로 걸고 넘어지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7월 11일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국회 본청 당대표실과 중앙당사 등에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을, 박근혜 정부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걸었다. 당에서 배출한 현직 대통령 사진을 걸었던 셈이다. 하지만 탄핵 때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내렸다. 그러다 2017년 홍준표 대표 시절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여의도 당사에 걸면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권 전 원내대표 제안에 대해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7월 13일 조경태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런 얘기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지금 대통령 사진을 거는 데 신경 쓸 게 아니라 폭염과 고물가에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최근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대통령과 정부에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며 “당사에 대통령 사진을 거는 게 급선무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7월 13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선출되고 나선 정당, 계파와 관계없이 모두의 대통령이 된다. 따라서 특정 대통령의 사진만 골라 거는 것은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하고, 지향해야 하는 ‘국민 통합’과는 거꾸로 국민을 갈라치게 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때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민의힘 운영체제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재편된 일종의 임시 지도부다. 그만큼 시급한 현안에 천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 사진을 두고 과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16년 3월 28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공천을 받지 못해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비박계 유승민 주호영 류성걸 권은희 후보에게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무소속 후보 측은 “반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대구시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박 대통령 사진을 계속 선거사무실에 걸어두겠다는 것은 가장 졸렬한 행동”이라며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무시를 넘어 조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2015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며 국회법 개정을 두고 갈등을 빚던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같은 해 11월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며 진박(박 대통령을 진실 되게 따르는 세력) 감별 포문을 열었다. 친박 인사들은 진박 마케팅에 몰두했고, 결국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유승민계는 ‘공천 학살’을 당했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 사진 논란을 계기로 이른바 ‘유승민발 진박 사태’가 다시 벌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김은혜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했다. 유 전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며 “2016년 진박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더라”고 밝혔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진박 감별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더군다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징계에도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영향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0월 7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 결정을 내렸다. 앞서 7월 8일 받은 6개월 징계에 1년이 추가돼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기한은 2024년 1월 8일까지로 늘어났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2024년 4월에 치러지는 차기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공천을 받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총선 공천을 받으려면 공천 신청일 기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책임당원은 당비를 1년 중 3개월 이상 납부해야 한다. 또한 ‘공천을 선거일 45일 전까지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당규에 명시돼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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