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객이라면 사고 수습 어려움 겪을 듯…여행자보험 들었더라도 응급출동은 미포함
가족과 함께 여행 온 이 여성은 호텔 수영장 계단에 발을 넣는 순간 “아!”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으며 이를 본 가족이 여성을 만지려고 하자 전류가 감지됐다고 전해졌다. 구조요청 10여 분 뒤 구급대원이 호텔에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여성은 깨어나지 않았고, 고인의 가족들은 호텔 측에 즉시 병원 이송을 요구했지만 사고를 당한 여성은 한동안 수영장 바닥에 방치되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국제소송 경우 비용 만만찮을 듯
최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고 출입국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베트남 다낭은 국내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단거리 여행지로 꼽혀왔다. 사고가 발생한 호텔은 4성급 F 호텔로 간이 부엌이 달린 콘도식 호텔이라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로컬 5성급’이라고 불리는데 시설이 국제기준의 5성급에는 못 미치지만 현지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고급 호텔을 의미한다. 또 바다와 인접하고 숙박비가 1박에 8만~9만 원으로 다낭의 ‘가성비 호텔’로 불려왔다.
아직 이들 가족이 자유여행객인지 패키지여행 등을 활용한 여행사 이용자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사고를 당한 이들이 여행사나 가이드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어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여행을 떠난 자유여행객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행사를 통할 경우 가이드가 동행하고 사고를 대비한 여행자보험도 필수로 들게 되어 있지만 자유여행객의 경우 여행자보험은 필수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다.
여행자보험을 들었을 경우 사망 시 보험금은 통상 1억 원가량인데 코로나19 이후 여행자보험에 따라 사망보험금이 사고사 시 3억 원까지 올라 보험금은 1억~3억 원가량이다. 보험금 외에도 호텔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패키지여행의 경우 여행사가 대신 호텔과의 분쟁을 조정해 보상금을 받아 주지만, 개별여행인 경우 직접 호텔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고객이 호텔과 직접 싸워야 하는 국제소송을 해야 한다면 이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찮다.
하지만 이들이 여행자보험을 들었더라도 통상 여행자보험에는 응급출동 같은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보험은 사후 처리 서비스를 기본으로 한다. 여행 중 사고를 당하거나 상해나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병원비 등을 보험사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여행자보험에 들었더라도 갑작스런 사고에 대처하는 것은 개인이나 여행사의 몫이다. 한때 보험사에 여행지 인근 병원이나 약국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이용이 저조해 사라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개인이 개별적으로 여행을 떠날 경우 안전에 대한 문제는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며 “패키지여행의 경우에는 현지에서 가이드가 안전에 대한 부분을 어느 정도 커버해줄 수 있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처리를 도와줄 수 있지만 개별여행을 떠났을 경우엔 안전에 대한 대비는 물론 사고 시 처리를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가이드와 함께 패키지여행을 떠나도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를 사고는 막을 수는 없다. 교통사고나 화재사고처럼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건 어떤 사고라도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며 “다만 가이드를 동반한 여행이나 여행사를 통한 여행이라면 사고 후 수습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응급조치에 아쉬움 큰 사고"
이번 사고를 접한 누리꾼들은 “다낭 여행 계획이었는데 취소하고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 “이제 다낭 수영장도 맘대로 못 갈 것 같네요. 감전사고 너무 무서워요”, “베트남 안전불감증 아닌가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 호텔 관계자는 “베트남에도 나름 응급구조 시스템이 있다. 베트남이 소득이나 경제적으로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의 규정과 규격을 갖고 있다”며 “베트남에도 국제 브랜드의 5성급 호텔들이 많은데 국제등급 기준으로 5성급 호텔에는 면허가 있는 의사나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게 돼 있어 호텔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꼭 5성급이 아니어도 호텔들은 통상 숙박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고에 대비해 인근 병원 및 약국 등과 긴밀한 연락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낭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종합병원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 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당국이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니 아직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 이런 사고는 국내든 해외든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이 사건 하나를 두고 베트남 전체가 안전불감증이라거나 응급조치가 후진적이라는 말은 성급한 일반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을 보면 왜 수영장에 라이프가드(인명구조요원)가 상주하지 않았는지, 응급조치 후 왜 고인을 방치했는지 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고급 호텔의 경우 ‘게스트 릴레이션십 매니저’라는 직함으로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기도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호텔마다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아직 해외 근무를 꺼리는 한국인을 고용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라 예전처럼 호텔에서 한국인 직원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고 전하며 “하지만 이번 사고 처리 중에 발생한 일들이 비단 언어소통에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호텔 나름의 사고 시 매뉴얼이 분명 있었을 것이고 응급출동까지는 빨리 이루어졌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다른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최근 한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코로나19 이전 2~3년 동안 다낭은 국내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였고 ‘경기도 다낭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이 많이 찾았다. 엔데믹 선언 이후 다낭과 나트랑은 29만 9000원, 39만 9000원의 저렴한 패키지여행도 많았고 개별여행의 경우 항공권도 매우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상용 출장객이 있는 호찌민이나 하노이와 달리 주로 휴양객만 있는 다낭과 나트랑은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풀리자 관광객을 선점하기 위해 원가 혹은 원가 이하로 항공과 호텔을 풀어왔다.
현지 여행 관계자는 “다낭과 나트랑 현지 호텔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라며 “이들 도시는 쇼핑 옵션도 가능해 코로나19 이후 가장 빨리 여행시장을 회복하는 듯 보였다”며 “하지만 이번 사고로 현지 여행업계는 다낭 관광산업이 위축되거나 한국 여행객에게 기피 목적지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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