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 평창의 700미터 고지대에 자리한 시골 마을 푸른 산자락에 폭 안긴 그림 같은 집에 결혼 13년 차 국제 부부 한 쌍이살고 있다. 캐나다인 남편 레스 팀머만스 씨(42)와 한국인 아내, 김수진 씨(52)가 그 주인공이다.
본래 서울에 살던 부부가 귀촌 생활을 시작한 건 10년 전이었다. 답답한 도시가 아닌 너른 자연의 품에서 반려견들을 키우고 싶어 과감히 모든 걸 정리했다. 아무 연고도 없이 시작한 시골 생활이지만 부부에겐 선물과도 같다는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 유기견 보호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수진 씨 부부는 무려 30여 마리의 개들을 국내외로 입양 보내기도 했단다.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네 마리 반려견 역시 유기견 구조 활동을 하며 만났다. 한쪽 눈을 다친 채로 발견돼 임시 보호를 맡았다가 13년째 키우고 있다는 '웅이', 구조한 유기견의 새끼였던 '메리 브라운', 올무에 다리가 걸려 절단 수술까지 해야 했던 '샘', 지난해 이맘때 도로에서 떠돌다 발견된 '리로이 브라운'까지 특별한 인연으로 만났다.
본래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었던 수진 씨는 올해 27년의 교직 생활을 명예퇴직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남편 레스가 3년 전부터 운영해 온 '수제 맥주 사업'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된 것. 고향인 캐나다에서 전문적인 맥주 제조 기술을 공부하고 왔다는 레스는 여러 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을 만큼 맥주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진심'이다.
최근에는 수제 맥주 펍 2호점을 내며 그곳을 수진 씨가 운영하게 됐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이지만 천군만마 같은 조력자가 있다. 바로 네 마리 반려견들이다. 개들 때문에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있을 만큼 영업부장 역할 톡톡히 하고 있단다.
어디 그뿐일까. 피로에 지친 부부에게 우르르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고 얼굴을 맞대고 체온을 나눠주는 기특한 녀석들. 부부에게 네 마리 반려견은 세상 가장 힘이 나는 '비타민'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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