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비트코인이 단순 물건이 아닌 유가증권과 유사한 성질로 판단했다고 보여져
9월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정재희)는 비트코인 취급업체 A 사가 B 사를 상대로 청구한 가상자산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 사는 2020년 10월 B 사와 비트코인 30개를 6개월간 빌려주고 매월 이자를 받는 ‘가상자산 대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변제 기한이 지났는데도 B 사가 빌려 간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자 A 사는 소송을 냈다. 이에 B 사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지급된 이자에 대해서는 채무가 변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초 계약 시 이들이 합의한 이자는 월 5% 수준이었다. 이를 연이율로 환산하면 60%에 달한다. 당시 법정 최고이율 연 24%를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B 사는 이를 근거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지급한 이자는 원본(비트코인)을 변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자제한법·대부업법은 금전대차 및 금전의 대부에 관한 최고이자율을 제한하는 것인데, 이 사건 계약의 대상은 금전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므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만약 B사가 비트코인을 지급할 수 없으면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환산한 돈을 A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통상 민사 소송에서 다툼의 대상이 외환이나 유가증권이면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비트코인도 단순 물건이 아닌 유가증권과 유사한 성질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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