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바’ 등 밀반입한 태국인 조직 줄줄이 검거…이태원 유흥가보다 동남아 노동자 많은 농촌 더 심각
10월 11일 강원경찰청은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태국인 공급책과 판매책, 그리고 투약자 등 모두 65명을 검거했고 이 가운데 1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구속된 이들은 판매책 6명과 공급책 8명 등이다. 구속되지 않은 인원 대부분이 불법 체류자로 드러나 경찰은 검거된 인원 가운데 49명을 춘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했다. 또한 검거 과정에서 태국산 마약 ‘야바’ 1341정, 필로폰 11.9g, 대마 40.9g 등 시가 1억 원 상당의 마약과 마약 판매로 얻은 불법 수익금으로 보이는 현금 1347만 원을 압수했다.
태국인 조직은 주로 야바를 유통했으며 주된 투약자도 태국을 비롯한 외국 출신의 노동자였다. 이번 검거로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전국 각지에 마약이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야바는 메트암페타민(25%)과 카페인(70%) 등을 합성해 알약 모양으로 정제해 만든 신종 마약으로 동남아시아 마약왕 쿤사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각 효과와 중독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강원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공급책들이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태국 등 해외에서 시가 5억 원 상당의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한 뒤 판매책을 통해 강원·경기·충북·경북·전남 등 전국 각지 농촌지역 외국인 노동자에게 판매해왔다.
강원경찰청이 수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언급한 구체적인 사례로는 구속된 강원지역 판매책 A 씨(34)가 있다. 태국 국적인 A 씨는 비전문취업 체류자격(3년)으로 입국해 강원도 양구에서 노동일을 하다 생각보다 돈벌이가 적고 정상적인 취업도 어려워지자 마약 판매에 손을 댄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A 씨는 같은 태국 국적인 전남지역 공급책 B 씨(여·30)에게서 야바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뒤 농촌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1정 당 5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책과 판매책이 대부분 태국 국적자이며 주로 유통한 마약도 태국산 야바인 만큼 구매 및 투약자들도 대부분 태국 국적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여럿이 돈을 모아 마약을 구매한 뒤 농촌의 비닐하우스나 숙소 등지에서 술을 마실 때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의 클럽뿐 아니라 농촌의 비닐하우스에서도 은밀한 마약 파티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10월 5일에는 충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총책인 태국 국적 C 씨(33) 등 마약유통조직 11명과 투약자 등 모두 40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검거된 이들은 대부분 태국 국적 외국인들이었다.
충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0월 중간 판매책을 검거해 조사하는 과정에 총책 C 씨에 대한 진술을 확보해 2개월여의 추가 수사를 진행해 12월 충남 청양에서 C 씨를 검거했다. 이후 C 씨는 지난 6월 8일에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7년 6월을 선고받았고 항소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이후 경찰이 관련 수사를 계속 이어가 이번에 조직원과 투약자 등을 대거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C 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필로폰 1.3kg, 야바 192정, 대마 21.71g, 엑스터시 2.44g, 마약 판매로 벌어들인 불법 수익금으로 추정되는 현금 300만 원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마약 판매로 얻은 불법 수익금을 5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했고 남은 돈은 마약 구매에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 씨가 총책인 마약유통조직이 국내로 밀반입한 마약류에는 시가 100억 원 상당의 필로폰 3kg을 비롯해 역시 야바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국제특급우편(EMS)을 활용해 국내에 밀반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마약류를 콜라겐 등 건강식품으로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유통은 태국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비교적 보안이 강하지 않아 마약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공간이지만 이들은 여기서 사실상 드러내 놓고 마약을 유통했다. 그 이유는 태국인들만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까닭에 구성원들의 응집력이 강해 한국인이나 수사기관 등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 조직은 태국인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충남 서남부권에서 주로 마약을 유통했으며 차츰 전북과 경북 등의 지역까지 마약 유통 범위를 넓혔다. 이번에도 구매 및 투약자는 대부분 태국 국적 불법체류자들이었다.
또한 10월 12일에는 대전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석규)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태국인 D 씨(28)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D 씨는 1월 28일 라오스에서 필로폰 1.96kg을 식품으로 위장해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태국인 E 씨(43)와 F 씨(33) 등은 필로폰 3.6kg을 가루 음료로 위장해 밀수하고 야바 3만 1445개를 베개와 초콜릿으로 위장해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지검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필로폰 6.05kg과 야바 3만 1834개를 압수했는데 이는 시가 34억여 원 상당이다.
마약을 구매 및 투약한 태국인들은 대부분 육체노동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야바의 경우 야간노동을 할 때 잠을 깨고 고된 노동을 잊기 위해 투약했다고 진술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2021년 외국인 마약 사범은 역대 최다인 2339명으로 2020년(1958명) 대비 19.5% 증가했다. 국내 전체 마약사범 가운데 14.5%로 2020년 10.8%에서 크게 증가했다. 2017년에만 해도 932명(6.6%)이었음을 감안하면 5년 사이 1407명이나 급증했다. 대검은 외국인 마약사범 급증의 이유를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증가했고,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해 자국인들에게 판매하거나 함께 투약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한편 2021년 적발된 외국인 마약사범 2339명 가운데 태국인이 888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인 504명, 베트남인 31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태원 등 서울 유흥가에서 외국인 마약 투약이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전국 각지 농촌에서 일하는 동남아시아 불법 체류자들을 중심으로 마약 유통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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