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나 영장 없으면 마약 검사 못해…관련 신고 넘쳐나지만 적발 비율 낮아
10월 7일 밤 10시 무렵 서울시 서초구 대형 클럽들에 마약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서초경찰서와 서초소방서, 서초구청, 서울시청 등 모두 51명으로 구성된 합동 마약 단속반으로 이날 서초구 대형 클럽 4곳을 기습 단속했다. 이들의 모습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도 함께 했다.
우선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공터에 모인 51명의 합동 마약 단속반은 4개조로 나눠 조별로 단속 작전에 돌입했다. 요즘 마약 유통에서 흔히 쓰이는 던지기 수법으로 클럽 등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 클럽 MD(영업직원)들도 관여하고 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한 단속이었다. 이에 앞서 경찰은 클럽에서 배출된 쓰레기 등을 확인해 마약 투약 정황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단속에 돌입했다.
그렇게 대대적인 단속이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관련 제보와 첩보를 분석하고 쓰레기까지 뒤지며 치밀하게 준비한 기습 단속이었지만, 마약 유통이나 투약 등 불법 행위가 전혀 적발되지 않은 것. 요즘 마약 유통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유통량도 급증했다고 알려진 것에 비하면 적발 건수가 ‘0’이라는 부분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약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경찰의 기습 단속은 늘 뚜렷한 성과가 나오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남 유흥업계에서는 타깃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남의 한 클럽 관계자는 “강남의 대형 클럽에서 암암리에 마약이 유통되고 투약도 이뤄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폐쇄회로(CC)TV에 잡히지 않는 화장실 등에서 유통 및 거래가 은밀히 이뤄지고 일부 MD를 중심으로 이런 일이 벌어져 기습 단속일지라도 그들이 숨기고 숨어버리면 끝”이라며 “대대적인 기습 단속을 할 생각이었다면 오히려 새벽 서너 시에 소규모 2차 클럽을 대상으로 하는 게 더 적절했을 것이다. 그런 곳 가운데에는 아예 대놓고 약을 유통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합동 마약 단속반의 기습 단속이 금요일 밤에 이뤄진 것도 지적됐다. 소위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 마약에 관심 없는 일반 손님도 많은 날이라 오히려 마약 유통이 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앞서의 클럽 관계자는 아무리 클럽에서 마약 유통과 투약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을지라도 신고나 적발을 두려워해 비밀리에 이런 일을 벌인다는 점을 감안해 단속을 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경찰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마약 수사의 경우 현장 단속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습 단속을 통해 클럽 룸 등에서 마약을 투약하는 이들을 현장에서 검거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 기습 단속 과정에서 마약 투약이 의심되는 이들을 특정해 마약 검사 등을 거쳐 검거해야 하는 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약 투약 의심자일지라도 당사자의 동의나 영장이 없으면 마약 검사를 강제할 수 없다.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의 마약 유통과 투약 관련 단속과 수사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관련 수치로도 입증된다. 경찰에 따르면 유흥업소 관련 마약 관련 신고는 전체 마약 관련 신고의 절반에 가까울 만큼 압도적이지만 실제 유흥업소에서 마약사범이 적발된 사례는 고작 2.3%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마약사범이 마약을 투약하다 검거된 장소 가운데 가정집이 27.8%로 가장 많았고 노상(14.5%)과 숙박업소(11.4%)가 2, 3위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유흥업소는 매우 적은 2.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번 합동 마약 단속반의 기습 단속이 갖는 의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서초경찰서는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 유관 기관과 협력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이어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의 클럽 관계자는 “이번 같은 기습 단속이 몇 차례 반복되면 대형 클럽은 조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암암리에 약을 파는 MD들을 클럽 측에서 가만 놔두는 방식으로 일종의 허가를 해주는 분위기인데 단속이 우려되면 그런 MD들의 활동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이런 분위기가 2차 클럽들에서 마약 유통 및 투약이 더 심해지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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