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협·동북아협 자금흐름 추적, 정치권 관여 여부 확인중…김성태 전 회장 신병 확보가 관건
검찰에 이어 관세청까지, 사정당국의 칼날은 ‘쌍방울그룹–야당 정치인–북한’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파헤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연스레 검찰의 수사가 쌍방울그룹과 북한의 수상한 거래로 집중되면서 한때 수사 용의선상에 올랐던 배상윤 KH필룩스 회장이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참고인 신분인 배 회장은 변호인단을 통해 검찰과 귀국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북한 그림 밀반입도 수사?
만수대창작사는 북한이 각종 미술품을 해외에 팔아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최고 미술 단체로 2017년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아태협은 2018년 경기도와 함께 주최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북한 그림 40여 점을 전시했는데, 이 가운데 다수의 작품이 북한 만수대창작사에서 그린 것이었다. 심지어 쌍방울그룹 본사 로비에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대형 그림이 걸려있다. 모두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당시 반입 승인을 받은 작품은 고작 3점에 불과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이 수사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 등 사정당국은 대북사업을 이용해 주가조작을 한 의혹을 받는 쌍방울그룹이 북한 관련된 수익 창출 모델로 예술작품을 선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아태협은 정부 승인 없이 만수대창작사 그림을 국내로 들여왔고, 이를 활용한 NFT(대체불가능토큰) 판매 등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태협은 주가조작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태협은 쌍방울로부터 2억 원가량을 후원받은 뒤 이를 환전했는데 검찰은 이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있다. JTBC가 입수해 보도한 아태협의 2018년 10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자금 내역에 따르면, 아태협은 2018년 12월과 2019년 1~2월에 거쳐 모두 2억 원가량을 환전했다. 환전이 시작된 2018년 12월부터 쌍방울그룹과 북한 측이 광물 개발에 합의한 2019년 5월까지 아태협의 안 아무개 회장은 약 10차례 중국으로 출국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점, 안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나노스는 북한 수혜주로 거론됐고 주가가 급등했다.
당시 흐름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쌍방울그룹이 아태협과 동북아평화경제협회를 통해 대북 교류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 등으로 수익을 내려 했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며 “북한과의 금전적인 거래가 모두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그림 등을 통한 문화 교류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아태협과 함께 동북아평화경제협회도 주목하고 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구속된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8년에 만든 단체로, 현재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사장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최근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정치권이 관여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2018년 10월 국회에서 ‘북한 광물자원 개발 포럼’을 열었는데, 스마트폰 카메라 부품 등을 만들던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는 2019년 1월 사업 목적에 광산 개발업과 해외자원 개발업을 추가하고 북한과의 협정 추진에 나섰다. 검찰은 정치권 인사들이 관여된 동북아평화경제협회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아태협과 함께 ‘중간다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속된 이화영 전 의원에 이어 쌍방울그룹과 북한의 연결고리를 한 정치인들을 찾아내려 한다는 풀이가 나오는 대목이다.
#북한에 건네진 대가는 무엇일까
자연스레 쌍방울그룹과 북한, 또 정치권 모두 ‘돈’을 목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아무 대가 없이 움직였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은 없다.
앞선 관계자는 “쌍방울그룹은 아태협 혹은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람들을 통해 북한과 접촉할 수 있었고 쌍방울그룹과 북한 측이 원하는 것을 아태협 등이 조율하는 구조였다”며 “이 과정에서 아태협,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측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이화영 전 의원이나 아태협 안 회장 등이 쌍방울그룹 사내이사 등에 이름을 올린 것도 ‘한몸’에 가까웠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검찰 안팎에서는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에 대해 ‘설’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 소식에 정통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선양이나 지린에서 줬다는 얘기부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북한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얘기가 분분하다”며 “실제로 북한으로 돈이 얼마나 흘러들어갔는지는 핵심 관계자들만 알지 않겠나. 그만큼 검찰이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귀국하지 않는 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앞선 관계자는 “김성태 전 회장이 UN 제재 대상인 북한에 돈을 줬다면 회계 상 잡혀있는 돈을 썼겠느냐”며 “북한에서 원한 대가가 무엇인지, 현금이었다면 어떻게 지급했을지는 핵심 수뇌부만 알 것이고 이를 입증하려면 더더욱 김성태 전 회장의 신병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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