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하락세 ‘성장주’ 딜레마, 연속상장 후유증, 금리 인상 추세에 전망도 불투명…카카오 “금리 하락 시 전부 회복”
#성장주·경기민감주인 탓에 주가 타격 불가피
지난해 6월 24일 장중 한때 17만 30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 10월 12일 종가 기준 4만 9850원, 지난해 11월 30일 24만 8500원까지 치고 올라갔던 카카오페이는 3만 6200원, 지난해 8월 18일 9만 4400원이었던 카카오뱅크는 1만 7750원, 같은 해 11월 17일 11만 6000원에 거래됐던 카카오게임즈는 3만 7100원을 기록했다. 고점 대비 하락율이 각각 71%, 85%, 81%, 68%에 달했다. 카카오 그룹주 4곳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며 시총이 3분의 2 가까이 증발했다.
카카오 그룹주 주가가 이처럼 폭락하는 까닭은 카카오가 대표적인 성장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성장주의 경우 거시경제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경우 주가 하락세가 가파르다. 주주들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금리가 오르고 대출과 투자가 위축되면 기업의 성장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미 성장이 끝나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은 방어가 되지만 카카오처럼 성장기인 산업들은 금리가 올라갈수록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현재의 밸류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포털 '다음'을 중심으로 한 광고, 커머스, 게임 사업 등을 운영하는 회사로 광고에서 주로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 특성상 '경기민감주'에 속한다. 경기가 나빠지면 광고주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잇달아 광고 투자를 줄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실적 측면에서 시장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카카오의 이익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장에서 고평가된 밸류가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공모가의 절반 이하로 주가가 떨어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상장 당시에도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동성 장이 끝나고 미국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성장주 타격이 이어지며 기존에 지나치게 고평가된 카카오뱅크·페이의 밸류에이션이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다는 증권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한 관계자는 “4분기에 개인 리테일 쪽을 넘어서서 개인사업자나 기업까지 망라해 대출사업을 확대할 예정이고 향후 신규 서비스도 지속 확대해 저희의 성장 동력으로 삼을 예정”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인상으로 대출 사업에 어려움이 생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계속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배당을 드린다거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상장…주가 좋을 때는 호재지만
카카오의 연속된 자회사 상장이 하락장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를 코스닥에 상장하고 2021년 8월과 11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연달아 코스피에 상장했다. 자회사 상장은 모기업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지분법에 따라 지분율이 20~50%인 자회사의 순이익을 보유 지분만큼 모회사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때문에 이익이 더블카운팅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회사를 연속으로 상장할 경우 기업실적이 과대 계상될 여지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 경우 과대 계상된 실적만큼 모회사의 주가가 할인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카카오의 지분은 각각 약 47.05%, 43.29%에 달한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유동성이 풍부하게 공급될 때는 카카오의 자회사 상장도 모회사한테 오히려 플러스가 되고 주가를 견인하는 데 일조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증시가 얼어붙었을 때는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이효진 연구원은 지난 10월 11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가 측면에서는 카카오의 상장된 자회사 효과를 제거한 실적이 업체들의 현상을 이해하기에 좀 더 적절해 보인다.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압축되는 시기로 이들은 더블카운팅 이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카카오의 2023년 연결 영업이익 성장률은 13%(상장 자회사 제외)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하기에 다소 밋밋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또 자회사 상장이 예정돼 있다. 카카오 경영진은 손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9월 30일 카카오게임즈는 종속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코스닥 상장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입증한 게임 ‘오딘’을 만든 회사다. 카카오게임즈 IR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은 ‘오딘’의 글로벌 확장과 기타 사업 부문의 지속된 성장으로 전년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 오딘을 기반으로 약 3조 500억 원의 시가총액을 형성한 상태다. 그런데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희망 공모가는 3만 6000~5만 3000원으로 목표 시가총액은 4조 5000억 원이다. 카카오게임즈가 55%의 지분을 지니고 있는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모회사보다 더 높은 시총을 목표로 하는 셈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책임진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다시 더블카운팅이 발생한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자회사 상장 이슈가 어느 정도 선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주가가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카카오의 전망은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벌써 네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바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 10월 12일 오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가 하락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코스피 전체에 타격이 심해 저희만 아니라 기업들의 성장성이 다 떨어지고 있다. 지금은 환율이 올라 외국인 투자자들도 줄었기 때문에 상황이 밝은 편은 아니나 다시 금리 하락기로 돌아서면 전부 회복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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