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수요 급증하면서 료칸·인력거 등 구인난…종업원 처우 개선과 접객 디지털화가 관건
일본 도치기현의 관광지, 기누가와 온천에는 계곡을 따라 료칸(일본 전통 여관)과 호텔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지난 9월 하순, 그중 한 료칸은 “여행사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요컨대 “대만 관광객 240명의 예약이 가능하냐”는 타진이었다. 11월 단풍철을 맞아 계곡미가 일품인 기누가와 온천을 여행 상품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료칸 측은 “입국 제한 완화 조치가 발표된 직후부터 이런 문의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국내 여행 시 숙박비 등을 지원하는 ‘전국여행지원’ 정책도 함께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위축된 ‘일본 관광업계가 드디어 활황을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기뻐하기엔 이르다. 일손 부족이 심각해 발목이 잡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업계 전체가 침체된 가운데, Y 료칸에서는 올봄 채용한 신입사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내년 봄, 10명 정도의 신규 졸업자 채용을 계획하고 있지만, 응모 현황은 작년과 재작년을 밑돈다. 료칸 사장인 나미키 씨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다양한 업계들이 채용을 늘리고 있어 정규직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도 모집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한 “료칸의 경우 사람 대 사람으로 일하는 서비스다 보니 젊은 직원이 모이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이러한 위기감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있다. 지난 8월, 일본 신용정보회사가 50여 개 업종 2만 60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규직 일손이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은 49.3%나 됐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업종별로는 여관·호텔업이 72.8%로 특히 높았다. 더욱이 여관·호텔업은 “비정규직 일손이 부족하다”는 답변도 67.9%에 달했다.
#숙박업계 변해야 살아남는다
나미키 사장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업무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태블릿 단말기의 도입이다. 모든 객실에 단말기를 준비해 ‘료칸 시설 안내’ 및 ‘자주 묻는 질문’ 등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예전에는 투숙객이 방에 도착하면 종업원이 따라 들어가 설명을 하는 데 15분 정도 걸렸지만, 이를 단말기가 대신한다.
단말기로 목욕탕이나 프런트의 혼잡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투숙객의 이용을 분산하려는 조치다. 나미키 사장은 “숙박업 중에서도 료칸은 ‘일본의 정서’를 판매하는 곳으로, 예의 바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물러설 수 없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노동력 절감 부분을 찾아내는 것도 경영자가 갖춰야 할 대목이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및 시대 변화에 따라 숙박업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착실히 실천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NHK에 따르면 “인력 부족은 관광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도쿄 아사쿠사에서 일본 문화체험을 제공하는 회사가 대표적이다. 인력거를 끄는 직원의 경우 과거 30명이었으나 지금은 18명으로 줄었다. 다도와 서예 등을 가르치는 직원도 5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가 일시 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사이 생활고 때문에 이직하는 사람이 잇따른 것이 배경이다.
회사 측은 “관광 수요 회복을 예측하고 올봄부터 채용을 본격적으로 재개했지만, 좀처럼 인재 확보가 어렵다”고 밝혔다. 게다가 채용을 해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인력거의 경우 최소 1개월, 일본 문화를 가르치는 직원은 1년 이상의 연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려면 연수 기간을 짧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력난 근본적인 대책은?
일본종합연구소의 다카사카 아키코 주임연구원은 “일본의 관광지는 주말 등 휴일에만 북적거리고 그 외 평일에는 한가한 시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수요를 평준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외국인 관광객은 요일과 상관없이 찾아오므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카사카 연구원은 “무엇보다 인력을 확보하려면 종업원의 처우 개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사업자가 제대로 이익을 확보해 임금을 올려주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해외에 비해 일본은 음식·숙박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품질은 보장돼 있어 매력적인 관광지로 여겨지지만, 수고가 많이 들어 이익을 올리기 힘든 경영구조다. 다카사카 연구원은 “가격을 올려 적정 이익을 확보하고 이를 직원의 임금 인상 등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이나 접객 분야에서도 디지털화가 중요하다. NHK는 “흔히 관광업계에서는 접객 서비스가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면서 “그러나 모두 아날로그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일례로 체크인 자동화 등 최신 설비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여기엔 국가적 지원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10월 3일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엔화 약세의 이점을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여행 소비액이 연간 5조 엔(약 49조 원)을 초과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3000만 명 이상이 방일했던 2019년 외국인 여행 소비액은 4조 8000억 원이었으니, 그것을 웃도는 액수다.
NHK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역 관광지에서 일할 인재 육성과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력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직원들의 처우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 NHK는 “대폭적인 관광 수요가 예상되는 지금,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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