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와 스릴러 사이 4차원 추적극…“누구나 마음 속에 외계인 하나쯤 품고 살잖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를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배우 전여빈(33)은 이렇게 말했다. SF미스터리와 스릴러 사이 간간히 섞여있는 코미디까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의 미묘한 하모니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그 마이너한 소재 탓인지 올 한 해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다소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생 작품'이라는 극찬이 나올 만큼 작품의 완성도나 배우의 연기력, 제작진의 연출력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호평도 있다. '마이너의 맛'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다수의 지지보다 소수의 '진한 사랑'을 받을 작품 같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리고 그 사랑을 체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지금도 그분들의 사랑이 와주길 간절히 바라는 상태이기도 해요(웃음). 나나 배우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작가님이 써주신 글과 함께 저희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게 터전을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이 계셔서 비로소 저희가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좋게 봐주셨다면 그건 다 이 작품을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 스태프님들 덕이죠.”
10월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는 어린 시절 UFO로 추정되는 물체와 조우하면서 외계인을 볼 수 있게 된 홍지효(전여빈 분)와 그런 외계인을 추적해 온 허보라(나나 분)가 흔적 없이 사라진 홍지효의 남자친구 시국(이동휘 분)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을 그린다. 대본 4부까지만 확인하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는 전여빈은 자신의 캐릭터 지효를 처음 만나게 됐을 때 애틋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운을 뗐다.
“자기 마음속에 누군가에겐 털어놓을 수 없는 외계인을 품고 사는 친구예요. 잃어버린 친구 보라를 만나게 된 그 과정도 참 애틋하죠. 어찌 보면 외계인을 본다는 설정 자체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저에게는 지효를 둘러싼 그 상황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누구나 다 마음속에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이상한 구석, 외계인 하나씩 다 품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효도 사회생활을 거치며 어른이 되면서 무던하게 '평범'이란 이름 안에 그걸 가둬 두고 있었지만 남자친구인 시국이가 사라진 큰 사건 앞에선 모른 척 덮어두지 않게 돼요. 그런 일련의 변화가 저는 이해가 되더라고요.”
'글리치' 속 홍지효는 극본을 쓴 진한새 작가가 처음부터 전여빈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낸 캐릭터로 알려졌다.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상사에게 분노하는 전여빈의 눈빛을 보고 바로 '홍지효다'라고 꽂혔다고. 외계인이라는 비현실적이고 '평범하지 않은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러면서도 '평범한 삶'이 강요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게 되는 서른 살 홍지효의 모습과 대사에 많은 시청자들, 특히 여성들이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지효는 '평범'과 '어른'이라는 외피를 둘러싼 사람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 속에 외계인을 부둥켜안고 있을 것 같은 어린 아이가 자꾸 느껴지더라고요. 요즘 말로 '어른이(어른+어린이)'라고 하죠(웃음). 나이도 그렇고 사회적 위치도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괜찮은 척하고, 어떤 기준 안에서 굉장히 많은 걸 충족해야 하는 위치여서 그걸 표현해야 하는 지효에게 많은 마음이 가요. 한편으론 그 모든 억압으로부터 벗어난 보라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이 돼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지효와 달리 나나가 연기한 보라는 모든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캐릭터다. 히피를 떠올리게 할 만큼 굵은 웨이브가 진 긴 머리와 빼곡한 타투, 거침없는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한때 절친이었던 지효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걸크러시'까지 보여준다. 실제 나이는 나나가 전여빈보다 두 살이 어리지만, 전여빈은 현장에서의 그를 언니 같은 친구로 기억했다.
“나나는 정말 겉모습은 시크하지만 속은 여리면서도 쿨한 친구예요. 티 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챙기고, 제가 나나한테 의지했던 순간도 정말 많았거든요. 한번은 최면 신을 촬영하는데 제가 발작하는 연기를 본 나나가 촬영 끝나고 정말 아이처럼 펑펑 울더라고요. 지효가 너무 괴로워 보였다면서 저한테 계속 '언니, 괜찮아?' 하면서….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어요. 저한테 얼마나 집중하고 또 마음을 주고 있었으면 그렇게 느껴졌을까. 오히려 그 옆에 같이 있던 마형(김남희 분)은 저보고 '어우, 방금 살아있는 방어 같았어. 펄쩍펄쩍 날뛰는 게 너무 좋았어' 했는데(웃음).”
'글리치'에서 홍지효가 결국 자기 안의 비밀을 마주 보고, 더 이상 부정하지 않으며 끌어안게 되는 결말부는 그를 연기한 배우 전여빈의 평소 마음가짐과도 맞닿아 있었다. 부정 아닌 믿음으로만 자신을 바라보고자 한다는 그는 데뷔 8년 차를 맞은 지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향해 응원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에요. 내 능력이 단번에 증명되는 게 아니라 선택을 받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죠. 그래서 저는 처음 배우라는 꿈을 꿨을 때부터 저를 의심하지 않으려 했어요. 안 그러면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나만이라도 나를 세상에서 최고로 믿어주자'고 한 거죠(웃음). 지금도 그래요. 남이 내게 주는 평가는 얼마든지 그 사람의 마음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내 마음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내 마음만큼은 내가 믿어야죠(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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