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역대 네 번째 ‘노보기 우승’…잠재력 크고 성격 쾌활해 ‘게임 체인저’ 호평
#최종홀서 결정된 우승
극적인 우승이었다. 마치 매치플레이를 보는 듯했다. 3라운드까지 19언더파를 기록하고 있었던 김주형은 공동 선두를 달리던 패트릭 캔틀레이와 최종 라운드를 함께했다.
세계랭킹 4위 캔틀레이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승부는 최종홀까지 이어졌다. 18홀에 돌입할 때까지 김주형과 캔틀레이는 24언더파로 동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운명의 티샷, 김주형의 샷은 페어웨이로 향했지만 캔틀레이의 볼은 러프로 떨어졌다. 사막 지역 특유의 덤불 속에 볼이 박혔다. 캔틀레이는 고민 끝에 샷을 시도했지만 탈출에 실패했다. 언플레이어 볼을 선언하고 나선 샷은 야속하게도 워터해저드로 빠졌다. 김주형이 2온에 성공하는 순간 사실상 우승은 결정됐다. 캔틀레이가 6번째 샷 만에 올라간 그린에서 절묘한 장거리 퍼팅을 성공시켰지만 이미 3타를 잃은 뒤였다.
김주형의 침착함이 돋보인 대회였다. 그는 이번 대회 4라운드 72홀을 도는 동안 단 한 번도 보기를 기록하지 않았다. 쿼트러플 보기를 하고도 역전 우승을 한 지난 첫 우승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72홀 노보기 우승은 100여 년의 PGA 투어 역사상 단 3명만 선보인 기록이다. 2019년 J.T. 포스턴이 노보기 우승을 차지한 바 있으며 그 이전 기록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즈보다 빠른 2승
김주형은 20세 3개월 만에 PGA 투어 2승을 달성했다. 이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보다 빠른 페이스다. 우즈는 자신의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20세 9개월에 들어 올렸다.
김주형이 두 번째 우승까지 치른 대회도 우즈보다 적다. 김주형은 2020년 8월 PGA 챔피언십으로 PGA 투어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까지 18개 대회를 치렀다. 그중 2개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PGA 투어 정회원이 되고 난 이후 4개 대회만의 우승이다. 반면 우즈는 2승 달성까지 20개 대회를 치렀다.
김주형은 지난 9월 25일 막을 내린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팀 소속으로 출전해 우즈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시우와 짝을 이뤄 나선 포볼 경기에서 승리를 확정 짓는 결정적인 퍼팅을 성공시킨 이후 쓰고 있던 모자를 던지며 포효하는 모습은 우즈 특유의 열정적인 세리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세리머니뿐 아니라 우즈와 비견되는 경기력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김주형 외에도 최근 PGA 투어에서는 임성재, 이경훈, 김시우 등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주형이 우승한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임성재가 7위(19언더파), 김시우가 공동 8위(18언더파)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2부 투어에서 상위권에 올라 이번 시즌부터 PGA 투어에서 활약하게 된 김성현도 공동 4위(20언더파)에 오르며 선전했다. 그럼에도 투어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는 선수는 김주형이다. 타이거 우즈와 비견되는 동시에 미국 언론, PGA 투어 베테랑 등은 그를 '록스타', '게임 체인저'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일각에선 그를 '차기 세계 1위 후보'로 꼽는다.
#PGA 투어의 게임 체인저
숱한 '골프 도사'들이 득실거리는 PGA 투어에서도 왜 김주형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만의 특별한 매력 등 다양한 요인을 꼽는다.
김주형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잠재력이다. 이미 PGA 투어 2승으로 정상급 골퍼지만 발전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나이가 아직 어리다. 김주형은 지난 8월 초 우승 당시 PGA 투어의 첫 2000년대생 우승자로 주목받은 바 있다. 20세 1개월의 연령은 PGA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2위 기록이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점도 김주형에게 유리한 요소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중국, 태국, 호주, 필리핀 등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영어를 배웠다. 약 6년간의 필리핀 생활 덕에 타갈로그어(필리핀 공용어)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겸손함으로 대표되는 한국인 골프 선수들에 비해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도 호평을 받는다. 미국 매체 골프닷컴은 지난 프레지던츠컵 애프터파티 분위기를 전하며 "김주형은 파티에서도 가장 인기 많은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스포츠 마케팅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선수의 성격도 스타성을 평가하는 요소로 간주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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