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마녀의 게임’으로 또 한 번 복수극 도전…“깊이 있고 신선한 연기 선보일 것”
안방극장에서 장서희가 복수심을 불태울 때마다 시청률은 요동쳤다. 그래서 붙은 별칭은 ‘복수의 아이콘’ 또는 ‘시청률 보증수표’. 2002년 주연한 MBC 일일극 ‘인어아가씨’는 시청률 8%로 출발해 최고 시청률 47%를 돌파했고, 2008년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 역시 37%의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일일드라마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자, 지상파 3사의 일일극 역사를 통틀어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히트작이 모두 장서희를 통해 탄생했다.
장서희는 복수극을 통해 배우로도 전성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자신을 버린 남편을 무너뜨리는 복수극 ‘아내의 유혹’은 중국어권 한류에도 뜨거운 불을 지폈다. 그랬던 장서희가 오랜 연기 공백을 깨고 돌아오는 작품은 MBC 일일드라마 ‘마녀의 게임’. 이번에도 거대 악에 희생당한 모녀가 벌이는 핏빛 복수극이다.
드라마는 10월 11일 방송 시작과 동시에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한 인물 구도로 빠른 전개를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장서희는 “그동안 해왔던 개인적인 복수를 넘어 이번에는 모성애가 결부된 복수극”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연기를 하고 싶다”
장서희는 2017년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를 끝으로 연기 활동을 멈췄다. 의도한 연기 공백이라기보다 출연할 작품과 인연이 닿지 않아 빚어진 공백이다. 간간이 ‘맛있는 이야기 음담패썰’ 등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췄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시청자에게 장서희의 공백기는 더욱 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잠행하던 장서희가 활동에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소속사를 옮기면서부터다. 배우 고현정, 조인성이 몸담은 아이오케이컴퍼니로 이적한 그는 회사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면서 꾸준히 드라마 출연을 타진하다가 드디어 ‘마녀의 게임’을 만났다.
방송가에서는 ‘안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악인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한 여인이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되면서 복수에 나서는 설정이 그동안 장서희가 해왔던 역할들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대중이 가장 열광했던 캐릭터에 다시 도전하는 안전한 선택을 통해 연기 공백에 따르는 부담을 줄이고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전략이다.
장서희는 ‘마녀의 게임’에서 재벌가의 비서로 출발해 성공 가도를 달리는 주인공 설유경을 연기한다. 네 살배기 딸을 화재로 잃었다고 믿었다가, 이후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비밀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과거 어린 딸과 이별하게 만든 장본인들을 찾아 복수하고, 존재를 몰랐던 딸과 엮이면서 절절한 모성애 연기도 보여줄 예정이다.
워낙 복수극을 많이 소화했던 탓에 그동안 해왔던 드라마의 설정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따르지만, 장서희의 생각은 다르다. “그동안 했던 복수극에서의 역할이 개인적인 복수였다면 이번에는 모성애를 지닌 복수극인 만큼 연기 자체를 즐기면서 할 수 있다”고 밝힌 장서희는 “(시청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인어아가씨’, ‘아내의 유혹’이 남긴 잔상이 강하다 보니 복수극이라는 장르 자체만으로 비교대상에 놓이는 것을 경계하고 배우로서 더욱 욕심을 내겠다는 의지다.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타이틀
어느덧 50대에 접어들어 갖게 된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장서희는 “배우가 나이를 먹을수록 나이에 맞게 연기하듯이 이번에는 모성애에 중점을 두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보는 분들이 지루하지 않은, 신선함에 초점을 두고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타이틀 역시 장서희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이번에는 복수에 모성애를 접목해야 하다 보니 연기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미혼인 장서희는 “그래서 상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역할에 따라붙는 설명인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설정도 장서희에게는 숙제다. 딸 역할을 맡은 김규선의 나이는 30대 중반. 모녀보다 자매 사이가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시청자를 설득시키기 위해 장서희는 “현장에서 ‘규선이가 내 딸이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바라보고 있다”며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더 공부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녀의 게임’은 첫 방송에서 시청률은 6.2%(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과거 ‘인어아가씨’와 ‘아내의 유혹’은 물론 가장 최근 출연한 ‘언니는 살아있다’가 기록한 시청률 24%와 비교하면 현저히 저조한 기록이지만, 최근 지상파 저녁 일일드라마 시청률로는 무난한 출발이다. 특히 제작진은 초반부터 호흡이 빠른 극 전개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시청률 상승 가능성은 높다. 흡인력이 강한 장서희의 연기도 시청률 상승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스타일로 유명한 장서희가 ‘마녀의 게임’을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인다. 연출자인 이형선 PD와의 인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MBC 공채탤런트 19기 출신인 장서희와 이 PD는 ‘MBC 공채’라는 공통점 아래 오랜 시간 믿음을 가진 사이다.
장서희는 “저를 너무 믿어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배우들은 연출가가 믿어주면 아주 큰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에 이형선 PD는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화답하며 “개연성과 인과성, 핍진성 세 가지가 잘 버무려진 매운맛 드라마”라고 ‘마녀의 게임’을 예고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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