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 ‘민원인 무시·막말 직원 철퇴!’ 금지어 목록 발표…비대면·24시간·원스톱 서비스 중국 전역 확대 움직임
음식점, 기업에서 내건 문구가 아니다. 최근 베이징시가 공무원들에게 ‘대국민 서비스 규범’을 배포하며 강조한 것이다. 한때 공무원이 절대 ‘갑’인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민원 처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받고 있다.
베이징시는 소속 공무원들이 민원인을 만날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지어’ 목록을 발표했다. 여기엔 “다른 공무원에게 가봐라” “한자 몰라?” “나랑 상관없어” “내가 말했잖아” “지금 바쁜 거 보이지 않느냐” 등처럼 구체적인 표현이 담겨 있었다. 많은 누리꾼들은 이것을 전국 관청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뜨겁게 호응했다.
베이징시는 금지어뿐 아니라 금지 행위도 공개했다. ‘업무시간 중 큰소리로 떠들거나 장난치기’ ‘무단으로 이탈하기’ ‘손가락으로 민원인을 가리키기’ ‘턱을 괴거나 엎드리기’ ‘서류를 주고받을 때 던지기’ ‘과도하게 머리를 쓸어 올리기’ ‘휴대전화로 채팅하기’ 등이 포함돼 있다.
베이징시 측은 “(민원을 맡는) 창구 직원의 정무 서비스 전 과정을 실시간 감독하겠다. 민원인이 직접 참여해 서비스 점수를 매긴다. ‘칭찬 코너’를 신설, 질 높은 서비스를 유도하겠다. 이 모든 감독 과정은 공무원들에게 피드백 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시는 서비스 종합 평가 결과를 임금 및 진급에 반영할 예정이다.
앞서 베이징시는 올해 1월에도 민원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에게 ‘서비스센터의 현장 운영 및 관리 사양’이라는 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이를 확대해 소속 전 공무원에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규정엔 창구 직원의 외모, 행동, 서비스 용어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국제법연구서 부처장 쑨난샹은 “베이징이 실시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민원 서비스 표준화, 법제화 추구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인민을 위한 서비스 개념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인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정부는 공공 서비스 개혁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디지털화를 전면 도입해 민원 처리를 신속히 하고, 복잡한 절차를 단순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다른 부분에도 있었다. 바로 공무원들의 불친절, 무시 등이었다. 관공서를 찾은 민원인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언행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민원인에게 서류를 던지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다. 또 민원인들이 “이런 글자도 모르냐” “바쁜데 기다려라”와 같은 말을 들어 상처를 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지난해엔 노모를 모시고 관공서를 갔던 한 아들에게 “엄마가 엄마라는 것을 증명해봐라”라는 황당한 발언을 했던 공무원이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한 당국자는 “공무원들에 대한 인민들의 평가는 그야말로 형편없다. 창구 서비스는 정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을 섬기는 최전방이다. 민원을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명심해야 할 것은 ‘짜증’을 접어두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무원 개개인의 언행, 업무처리 능력, 업무 소양, 태도는 일의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정부 서비스의 평판과 수준과도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9년 ‘정부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한 의견’, 2020년 ‘정부 서비스 평가 업무 지침을 연이어 발표한 바 있다. 정부 서비스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높은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하지만 인민에게 무례한 말을 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이는 당과 군에 먹칠을 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베이징에서 촉발된 민원 서비스 개선은 전국으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안후이성은 민원을 처리할 때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성실’ 창구를 설치했다. 공무원들의 응대가 부당하거나 불친절하다고 여기면 바로 이곳에 항의를 할 수 있다. 안후이성은 이를 다루는 전문가를 ‘불성실’ 창구에 배치했다.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톈진시는 ‘신생아 출생 서비스’를 새롭게 만들었다. 신생아 출생과 관련된 모든 민원을 일원화해서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저장성, 장쑤성, 선전시 등에서도 ‘비대면 승인 서비스’ ‘24시간 온라인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국무원 판공청은 주요 성에서 실시하는 민원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판공청은 최근 ‘정무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 2025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서비스 개선을 추진한다. ‘한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한다’는 대명제 아래 모든 서비스를 간소화하고 일원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신생아 출생은 앞으로 이렇게 바뀐다. 지금 새로 아이를 가진 부모는 출생증명서 신청, 의료보험 가입, 사회보험카드 신청, 신생아 정착 신고 등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이런 복잡한 단계를 마치기 위해선 여러 달이 소요된다. 또 각 단계마다 비용도 들어간다. 하지만 이젠 이를 한 곳에서 한 번에 할 수 있게 된다.
베이징시와 정부의 이런 조치들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웃는 얼굴로 맞이하면 일이 잘 안 된다’는 게 지금까지의 공무원들 생각이었던 것 같다. 베이징시의 금지어가 전국에 널리 보급되기를 바란다”면서 “프로세스 간소화, 디지털화 등을 표준화해서 모든 이들이 혜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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