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발표 당연한 결과지만 아직 만족 못해…사건 당시 늑장보고 ‘대통령의 3시간’ 밝혀져야”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월북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10월 13일 오후 9시,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직후 이래진 씨를 서울 서초동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아래는 이 씨와의 일문일답.
―검찰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오후 1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7시간가량 조사가 진행됐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기는커녕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 검찰에서 헌정 사상 첫 사례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첫째 (정부가) 왜 월북이라 조작하고 발표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중점적으로 물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핵심 키워드였다. 문 전 대통령에게 상소문을 보냈는데, 어떤 약속들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검찰이 물어봤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월북’ 결론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감사 내용을 발표했다.
“사건 초기부터 월북 결론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항변해왔다. 오늘 정부의 첫 공식 결과가 나왔다. 어찌 보면 오늘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국민을 탄압하고 국민을 상대로 겁박한 사건이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후 검찰 조사를 통해 은폐, 조작된 것들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드러날 거다.”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처음 발견됐을 때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원에서 확인됐다(해경은 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그가 월북 의사가 있다고 봤다).
“오늘 검찰에서 조목조목 다 반박했다. 해경에서 월북으로 판단 내린 일곱 가지가 △감청자료 △슬리퍼 △구명조끼 △부유물 △도박빚 △조류 △정신적 공황상태였다. 이 조건을 내가 하나하나 다 (검찰에서) 반박했다. 오늘 감사원에서 동생이 북한에서 발견된 당시 한자 구명조끼를 입었다는 결과를 냈다. 한자가 쓰인 구명조끼는 한국 어선에서 나온 게 아니라, 중국 어선에서 나온 거다. 서해에 실제로 구명조끼가 많이 떠다니는데, (동생이) 살려고 그걸 잡았을 수 있다. 월북이 아니란 것이다.”
―감사원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생의 명예와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 걸고 투쟁했다. 감사원 결과는 정부의 첫 공식 발표고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좀 더 밝혀져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검찰 조사에서 어떤 점이 더 밝혀져야 한다고 보나.
“사건 당시 대통령의 시간이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에 (이대준 씨가) 북한에 체포된 걸 정부가 인지했다. 하지만 대통령 안보실에 오후 5시 10분에 보고했고, 6시 30분에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했다. 절차와 과정이 모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선적으로 구두 보고를 해왔는데 정작 우리 국민이 북한에 의해 체포됐는데 늑장 보고를 했다. 대통령이 빨리 개입했다면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 거다. 의도적으로 숨긴 건지, 구두 보고를 했는데 (내부에서) 누락된 건지 밝혀져야 한다.”
―이번 감사원 결과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짜 맞추기 감사’라고 비판했다. 감사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조직적인 조작, 은폐 행위가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 현역 의원들이 범죄자인 상황이다. 당사자들이 범법 행위를 저질렀는데, 민주당이 (감사원법 개정에 나서는 건) 범죄자를 옹호하는 집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짜 맞추기 감사’는 몰상식한 망언 아닌가. 이건 명백한 공무집행방해다. 직무정지 요청이나 헌법소원을 하더라도 못하게 막아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 정부 고위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우리 가족을 향해 2차, 3차 가해를 했다. 이 사람들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사건 발생 후에 장관들을 여러 차례 만나 면담했다.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면서 속으로 날 얼마나 비웃었겠나. 다 조작해놓고 군사 기밀, 국가 안보라며 못 가르쳐준다고 했다. 국민을 상대로 한 강력한 범죄고, 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거다. 이들은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감사원 서면 조사 요구를 거부하며 “무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 전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할 때 일어난 일 아닌가. 국민을 겁박하고 우롱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재임 기간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죄스럽다고 해도 부족하다. 감히 무례하다는 표현을 쓰나.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반응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가족이 그런 일을 겪었다면, 그런 반응을 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민주당에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 절차가 잘못됐다고 항변한다.
“본인들 편리성에 의해 해석했다. 감사원장 혹은 사무총장 직권으로도 감사가 가능하다. 물론 정치적인 파장이나 고려도 있겠지만, 전직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잘못된 부분을 감사하는 게 감사원의 역할 아닌가. 그런데 민주당은 그걸 마치 범죄처럼 얘기한다. 본인들의 잘못을 캐내니깐 그런 반응을 하는 거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대국민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투쟁하는 이유는.
“(내 동생을) 월북으로 낙인을 찍고, 월북 몰이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는 내공도 생겼고,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내 형제들이나 조카들은 극복하기 힘들다. 어디 가면 ‘너희 아빠 월북했다며’ ‘너희 오빠 월북했다며’ 삿대질 받고 욕을 먹고 있다. 내가 장손이라 이들을 다 감싸야 한다. 2년 동안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내 개인 생활을 다 포기하고 챙겨야 하니깐 힘들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사건은 울고 있는 국민의 뺨을 국가가 나서 엄청나게 때린 격이다. 우리나라는 민주국가이며 인권이 보장된 나라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고 밝혀서 책임자를 처벌했으면 한다. 국가는 국민이 들으면 응답해야 하는 기관이다.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보살펴주고 또 경청할 수 있는 그런 자세가 돼야 한다. 사건 사고는 언제나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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