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서울과 중부지역에 내린 국지성호우와 포항을 덮친 태풍 '힌남노'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겨 도시기능이 마비됐고 대규모 재산피해 및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수해 대책에도 불구하고 10여 년간 반복되는 도시침수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습 폭우로 도시가 25cm 이상 잠기는 '슈퍼도시홍수',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대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 달 전 태풍 힌남노가 부산으로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상습 침수아파트 주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아직 태풍이 오지 않았는데도 주민 김숙영 씨(가명)는 살림살이를 책상 위로 올리고 콘센트와 문틈을 테이프로 막았다.
홍수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몸부림이자 이미 겪었던 태풍의 트라우마다. 그런데 빠르게 북상한 태풍 '힌남노'는 예상치 못한 곳에 충격을 안겼다. 포항으로 진로를 틀면서 냉천이 범람해 인근 아파트뿐만 아니라 국내 철강 산업의 핵심인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된 것이다.
포스코 창립 이후 유례없는 일이었다. 하천은 인근 지역을 순식간에 물바다로 만들었고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만 2만 8477곳이 침수됐다. 피해는 사회계층을 가리지 않았지만 취약계층의 타격은 더욱 컸다. 단 10분 만에 물이 천장까지 차올라 생사의 기로에 놓였고 오물로 뒤덮인 집은 밑바닥부터 곰팡이가 피어올라 악취로 가득했다. 피해복구는 2달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이 같은 기록적인 폭우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호우를 기존의 배수시설 인프라가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미 기후 위기에 따른 도시홍수 대책은 국가마다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 위기 앞에서 세계 어느 도시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10월 6일, 서울시는 약 6조 2000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수해 대책'을 마련했다. 상습침수지역 6곳에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을 건설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은 지하 40~50M 아래에 큰 터널을 만들어 폭우 시 빗물을 보관하고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이다.
2020년 국내 최초로 마련된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은 지난 8월 8일 17만 톤의 빗물을 처리해 인근 지역 600세대의 침수 피해를 막았다.
한편 일각에선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에만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을 예측할 수 없는 현시점에서 배수시설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넘치는 빗물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로 건물 위에 떨어지는 집중호우를 저장하는 '도심 빗물 순환시스템'에 대해 취재했다.
또한 다수의 전문가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모든 행정적인 지원과 더불어 침수지역에 대한 경보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비구조적 대책'이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세계 각국은 도시와 물이 공생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기후재난에 맞서 우리 사회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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