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 계획 마련 후 후임 대표 선임 입장…이스타항공 “재운항 전까진 내부 의사결정 많지 않아”
#김유상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상직 전 의원
이스타항공은 2021년 1월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가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2016년 이스타항공 미래전략실장으로 합류했고, 2018년에는 경영본부장에 취임했다.
김유상 대표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상직 전 의원이 2012~2016년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보좌관은 다름 아닌 김유상 대표였다. 이후로도 김 대표가 이상직 전 의원의 입장을 대독하는 등 측근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이상직 전 의원이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김유상 대표에 대한 여론도 급속도로 나빠졌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보유한 544억 원 규모의 이스타항공 주식을 이스타홀딩스에 105억 원만 받고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전 의원의 자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다. 이 전 의원이 자녀 회사에 이스타항공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고,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에게는 4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힌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스타항공 계열사 자금 약 59억 원을 개인 변호사 비용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전주지방법원은 올해 1월 이상직 전 의원에게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6월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지난 10월 14일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 건으로 다시 구속됐다. 이 전 의원은 지역 인사와 정치인 등의 청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가 선발되도록 인사 담당자에게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상직 전 의원이 연이은 구설수에 오르자 이스타항공은 그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상직 전 의원은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이스타항공이 좋은 회사가 되게끔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도 이스타항공이 이상직 전 의원과 관계있다고 오해될 여지가 있어 전혀 무관함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이상직 전 의원은) 향후 이스타항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어떠한 언동도 금해주기를 요청하며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주식회사 성정에 인수됐다. 서울회생법원의 회생계획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기존 주식은 모두 소각됐고, 성정이 이스타항공 신주 100%를 취득했다. 따라서 현재 이상직 전 의원과 이스타항공이 지분상으로 무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상직 전 의원의 측근인 김유상 대표가 이스타항공을 이끌고 있어 이 전 의원의 영향력이 남아있다는 의심도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김유상 대표는 지난 9월 23일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이상직 전 의원과 연락조차 하지 않은 지 몇 년이 지났다”며 “대표이사직 사임이 혹여나 있을 이스타항공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임 대표이사보다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우선
이스타항공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대표이사는 여전히 김유상 대표다. 이스타항공은 아직 후임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않아 김 대표가 서류상에만 기재돼 있을 뿐, 대표로서의 업무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법은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설명한다. 즉,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기 전까지 김 대표의 사임 사실을 등기부등본에 기재하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현재 부사장단이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추후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당장 중요한 현안인 재무구조 개선 계획안 마련에 집중하고, 이후에 대표이사를 선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은 국토교통부(국토부)의 요청에 따라 11월 초까지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은 재운항 여부가 걸린 문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을 신청했다. AOC는 항공당국이 항공사가 안전운항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가를 확인한 공식 증명서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 7월 이스타항공이 제출한 회계자료가 허위로 기재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스타항공을 불입건 처리했지만 국토부는 여전히 이스타항공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측 경영진이 면허 발급과 조속한 운항재개를 위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이 이뤄졌는지 철저히 검토해 (이스타항공의) 운항 재개 허용 여부를 엄격히 심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9월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추가 운영자금 투입 등을 통해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재무구조 개선 요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대표가 없으면 재무구조 개선 계획안 마련 등 각종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재무구조 개선은 자금 투입과 연관이 깊으므로 이스타항공보다는 최대주주인 성정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고, 결국에는 재운항을 해야 기본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며 “현재로는 이스타항공 내부에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일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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