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당일 “여성의 질투, 남자의 의리” CP 실언…‘의리’ 안보인 악마의 편집, ‘새삥’ 안무 표절 의혹 등 실망
#시즌2 불패신화 깨지다
화제를 모은 경연 프로그램의 두 번째 시즌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일종의 공식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가라 할 수 있는 엠넷이 포문을 연 ‘슈퍼스타K’ 역시 허각과 존박이 맞붙었던 시즌2가 1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채널의 위상을 바꿔놓았다.
트롯 오디션 전성시대를 연 TV조선 ‘미스트롯’ 역시 두 번째 시즌은 ‘미스터트롯’이 35.7%라는 가공할 만한 성적을 거두며 대중을 다시 TV 앞에 모이게 만들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어떠한가. 프로젝트 걸그룹 결성 과정을 보여준 시즌1도 성공을 거뒀지만, 보이그룹 워너원을 배출한 시즌2의 영향력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런 공식대로라면 ‘스맨파’는 ‘실패하기 어려운’ 콘텐츠였다. 하지만 8월 23일 1.3%로 출발선을 끊은 ‘스맨파’는 9월 13일 1.9%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횡보 중이다. 최근 방송된 8회 시청률은 1.6%였다.
‘스우파’는 어땠을까. 시작은 미약했다. 0.8%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방송 2회 만에 1.9%까지 치솟았고 4회 만에 2%를 돌파했다. 아울러 TV 시청률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폭발적 반응이 뒤따랐다.
물론 ‘스맨파가 실패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는 화제성을 몰고 다니고 있다. 지코가 만든 미션곡 ‘새삥’은 각종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밟았다. 출연 댄스 크루들의 팬덤이 구축되기도 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그들의 공연 티켓 역시 구하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결국 ‘스맨파’가 ‘스우파’에 비해 허약해 보이는 건 상대성이다. ‘스우파’의 인기가 워낙 높았기에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의미다. 또한 기대치가 높았다. 앞서 언급했던 남성판 시즌2 불패 신화를 은근히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통상 남성 스타들을 향한 여성 팬덤의 결집력이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대치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
‘스맨파’의 부진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입을 모은다. 첫 방송 당일 진행된 ‘스맨파’의 제작발표회에서 권영찬 CP(책임프로듀서)는 ‘스맨파’와 ‘스우파’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스우파’에서 여성의 질투, 욕심이 보였다면 ‘스맨파’에서는 남자의 의리, 자존심이 많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사실상, 실언이다. 젠더 감수성을 운운하자는 것이 아니다. 권 CP는 남녀의 정서를 지극히 이분법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으로 재단했다. 게다가 권 CP가 ‘스우파’에도 참여했던 제작진이라 이를 접하는 대중의 원성은 더 높았다. ‘스우파’를 쭉 지켜봤음에도, 대중이 여성 댄서들의 살벌한 경쟁과 투쟁을 넘어선 연대와 유대에 찬사를 보냈다는 것을 몰랐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이 발언에 일차적으로 화가 난 대중은 ‘스맨파’를 지켜봤다. 이 발언 자체가 이미 도마에 올랐지만,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프로그램을 통해 웅변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댄스 크루 8팀이 모인 자리에서는 시기와 질투, 비난과 평가 절하가 난무했다. 서로의 대기실을 습격해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미션에서는 ‘감정을 자극하자’는 것 외에는 딱히 어떠한 의미도 의도도 읽을 수 없었다.
위댐보이즈의 멤버는 YGX를 향해 “스트릿 면상 파이트 아니잖냐. 광고 좀 뽑아내자는 약은 생각으로 나오지 마라. 같이 경연하는 것도 짜증난다”라고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 앰비셔스의 멤버는 아예 춤 배틀을 벌이며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 욕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 모든 과정을 TV를 통해 보여줬다. 그동안 엠넷 경연 프로그램이 자주 쓰던 방식이다. 자극이 서로의 호승심을 끌어올릴 수는 있었으나, 이를 바라보는 대중은 눈살을 찌푸렸다. 대한민국에서 춤으로 밥을 먹고 산다는 댄서들의 평균적인 인성까지 의심해야 할 편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게다가 위댐보이즈 리더 바타가 짠 ‘새삥’이 안무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바타는 10월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 비교되는 안무와 동작의 연결성, 의도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춤이라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티스트와 안무가는 서로 리스펙트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고 입장을 냈다.
바타는 이 입장문에서 ‘서로를 향한 리스펙트’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스맨파’를 보며 남성 댄서들의 의리와 존중을 느낀 이가 얼마나 될까. 결과적으로 권 CP의 기획의도 설명과 프로그램의 편집 방향, 그리고 참여하는 댄서들의 마인드가 얼기설기 엉켜 있다. 그러니 ‘스우파’를 기대했던 대중들은 관심을 접을 수밖에 없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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