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의 실수 단순 해프닝 종결…군사보안시설과 소방시설법 사이 법적인 충돌 탓
10월 12일 정오경 한 아무개 씨는 이른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무실은 서울시 용산구 소재 한 고층빌딩이었다. 그런데 고층빌딩 주변에 군사경찰(헌병)로 보이는 군 간부 및 군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씨는 “점심시간에 왜 군인들이 사무실 근처에 집결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내 고층빌딩에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한 씨는 “안내방송은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옥상에 출입한 신원불상자를 찾는 내용이었다”면서 “안내방송 내용이 군인들이 집결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고 했다.
취재 결과 이 고층빌딩 옥상엔 군사보안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경찰은 군사보안시설에 신원불상자가 들어온 사실을 감지했고, CCTV 등을 확인한 뒤 이 민간인 신원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즉각 고층빌딩 인근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층빌딩 옥상에 있는 군사보안시설은 상주인원이 없이 운영되고 있었고, 민간인 출입 사실 감지 이후 군이 긴급 출동해 경위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고층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안보단체 관계자 이 아무개 씨 역시 같은 안내방송을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옥상에 출입한 사람을 찾는 안내방송을 듣고 이게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사람들이 옥상에 군사보안시설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해줬다”면서 “혹시라도 옥상에 출입한 사람이 대공용의점이라도 있는 인물이면 큰일 아닌가”라며 우려했다. 이 씨는 “용산구는 원래부터 국방부 소재지인 데다 대통령실까지 이전했다”면서 “사실상 국가안보 심장부”라고 덧붙였다.
전직 군 관계자는 “고층빌딩 옥상에 존재하는 군사보안시설 위치는 ‘비밀’에 해당하는 데다 시설 개체수 자체가 적은 편이 아니”라면서 “우연히 옥상에 출입했는데 군사보안시설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모든 시설에 상주인원을 두기도 어려운 것이 군의 현실적 제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국방부 측에 해당 사건 경위에 대해 문의했다. 국방부 측은 “군사보안시설 관련 사항은 비밀”이라면서 “위치 자체가 노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취재 결과 ‘용산 고층빌딩 옥상 신원불상자 출입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종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등 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민간인이 고층빌딩 옥상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발생한 소동으로 판명났다.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민간인이 군사보안시설에 용이하게 출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역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런 소동이 재발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면서 “소방시설법에 따라 고층빌딩 옥상을 개방해 놓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번 사건처럼 군사보안시설이 빌딩 옥상에 있다면 언제든 이런 소동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복수 관계자는 이번 소동이 벌어진 근본적 배경을 ‘소방시설법과 군사보안시설 사이 법적인 충돌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시설법 제10조는 특정소방대상물 관계인이 피난시설을 폐쇄·훼손·장애물 설치 행위 등 용도에 장애를 주거나 소방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했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층빌딩이나 아파트의 경우 옥상이 화재 발생시 주요 피난시설로 규정돼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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