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들. 공무원의 근무 여건과 복지 조건이 대기업을 능가하는 수준이다보니 공무원 시험 경쟁도 치열하다. |
이런 차이를 일컫는 게 ‘민관 격차’란 말이다. 일본 대중지 <주간현대>를 중심으로 일본 ‘공무원 천국’ 논란을 살펴봤다.일본 정부가 누누이 세수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소비세 인상안을 언급하는 와중에도 일본 공무원의 겨울 보너스는 착실히 지급됐다. 2011년 12월 보너스는 평균 76만 5000엔(약 1130만 원)이다. 2010년보다 4.1%가 올랐다. 국장급 공무원은 229만 엔(약 3388만 원)이나 받았다. 민간기업 샐러리맨의 겨울 보너스 평균인 38만 엔(약 562만 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다.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월급 차도 크다. 일본의 공무원 수는 중앙의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을 합쳐 약 300만 명으로, 내각기관인 인사원에서 민간에 준거해 월급을 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급여가 센 관리직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일반회사에서는 과장급 이상이 전체 직원의 9%인데 비해 국가공무원의 38%, 지방공무원의 60%는 과장급 이상 관리직이다. 게다가 출세에 별 관심이 없거나 진급을 못해 50세까지 하위직급인 계장에 머물더라도 부장이 된 사람과 급여차가 20%에 불과하다.
일본의 집권여당 민주당은 2009년 총선 당시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공무원 총인건비의 무려 2할을 줄이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 후 상황은 변한 게 없다. <마이니치신문>에 의하면 현재 공무원 인건비 삭감 수준은 0.23%에 불과하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6월에서야 지진 복구 재원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공무원 급여 평균 7~8%를 줄인다는 임시특별법을 내놓았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인사원과의 갈등, 여야 협의 난항, 민주당의 최대 지지 세력인 일본 노동조합 상부단체 ‘렌고’의 반발 등이 겹친 탓이다. 이에 “공무원 개혁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질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적거리는 일본정부와는 대조적으로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애매한 명목의 수당을 없애겠다고 나선 지자체장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오사카시 전 부지사로 2011년 11월에 오사카 시 시장이 된 하시모토 도오루다. 부지사 시절 이미 ‘출세곤란 수당’을 철폐했고, 오는 3월에는 오사카시 공무원들의 ‘자택소유 수당’을 폐지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출세곤란 수당’이란 진급을 못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진급한 동기와의 급여차를 여분으로 주는 것이다. 가령 동기가 과장으로 진급했는데 빈자리가 없어 계장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에 지급한다. ‘자택소유 수당’은 자기 집을 소유한 세대주인 공무원에게 주거수당이라며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오사카시의 경우 현재 공무원 3만 8000명 중 절반이 이 수당을 받고 있으며, 폐지 시 연간 20억 엔(약 295억 원)의 비용절감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묘한 수당은 이게 다가 아니다. 중앙 공무원이 추운 지역 홋카이도에 부임하면 ‘한랭지 수당’을 받는다. 60㎞ 이상 떨어진 곳으로 전근하면 3년간 급료의 3%에 해당하는 ‘지역 수당’을 받는다. 300㎞ 이상이면 수당은 6%로 오른다. 각 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법안을 만들 때 ‘업무 조정 수당’을 받는다. 도로 정비 시 주민들과 만나 논의하는 지방공무원은 ‘용지교섭 수당’을 따로 받는다. ‘불쾌수당’이라고 해서 경찰이나 관련 공무원 등이 사체를 치우거나 검시할 때 받는 특별근무 수당도 있다.
비난이 쇄도해 근래에 폐지되긴 했으나 ‘공무원 왕국’의 단면을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수당도 여럿 있었다. 도쿄도 교통국 직원은 지하철 구내를 청소하며 구토물을 치우면 ‘오물 수당’으로 한 건당 200엔(약 3000원)을 지급받았다. ‘원기회복수당’은 지방공무원이 관청 친목운동회에 참가하면 1인당 5000엔(약 7만 4000원)을 받는 것이다.
아울러 낙하산 인사 ‘아마쿠다리’의 병폐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아마쿠다리’란 퇴직한 관료들이 특수법인이나 공익법인, 민간기업의 고위직에 올라 많은 급여를 받으며 관청의 공공입찰 등에 개입하는 식으로 실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주간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요즘에는 아마쿠다리가 진화해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월급을 넉넉히 챙겨가는 엘리트 관료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아마쿠다리 철새’다. 이를테면 도시정비국장이 퇴임 후 공원협회 이사장, 신도시건설공사 이사장을 돌아가며 맡는 식이다. 낙하산 인사 후 받는 급여는 한 곳에서만 연간 1000만 엔(약 1억 4000만 원)이 거뜬히 넘는 수준이다.
한편 경기둔화와 무역적자로 재정난에 처한 일본정부는 소비세 인상안을 강력히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노다 총리는 “올봄 일본 정기국회에서 안이 무산되면 중의원을 해산시키고 총선을 하겠다”고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공무원 특혜는 내버려둔 채 증세만 할 경우 지지율 급락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주간현대>는 “이제 샐러리맨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민심을 전하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