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처벌·피해자 최소화에 초점 둔 해결책…“법·제도 수정·보완 필요”
올해 4~8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는 ‘스타일브이’에 대한 민원만 약 1000건이 접수됐다. 대부분 민원은 해당 업체가 라면 등 주요 생필품을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광고로 소비자를 유인해 상품을 구매하도록 한 후 배송을 지연했고, 환불을 신청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같은 기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도 총 8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소비자원은 온라인쇼핑몰 ‘오시싸’ 역시 주의해야 한다고 알렸다. ‘오시싸’는 ‘스타일브이’와 판매하는 제품이 의류라는 점만 다를 뿐, 판매방식과 피해 유형이 동일했다. 9월에만 1372소비자상담센터로 161건의 민원과 7건의 피해구제 신청이 접수됐다. 사유는 스타일브이와 같은 배송·환불 지연이었다. 게다가 스타일브이와 오시싸의 대표자와 사업장 소재지가 동일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 큰 분노를 샀다.
소비자원이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던 ‘사크라스트라다’도 스타일브이·오시싸와 수법이 유사했다. 판매 재화가 명품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5~8월 배송·환불지연 민원이 200건 이상 접수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사크라트스라다는 사업장 자체가 없었고, 상주하는 임직원도 없었으며, 쇼핑몰 대표번호도 국제전화로 연결됐다. 상품들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배송된 사례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사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활동하는 사업자들의 짝퉁(위조상품) 판매나 해외 직구 사기 판매 등 수법만 바뀌었을 뿐이다. 정부는 피해자 양산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사크라스트라다 사례를 살펴보면 시간 순서에 따라 △민원다발쇼핑몰 지정·공개 △관할 지자체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에 관한 시정 권고 △공정위 자체 조사 △소비자원 소비자피해주의보 발령 △공정위 임시중지명령 등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이 같은 방법들이 피해자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다 보니 앞의 해결책들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원다발쇼핑몰 지정’은 공정위나 소비자원으로 민원이 접수될 경우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조치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제28조에 따라 1개월간 소비자단체 등에 7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된 사업자를 ‘민원다발쇼핑몰’로 지정해 공정위 누리집(ftc.go.kr)과 소비자종합정보망(consumer,go.kr)에 공개하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해당 사업자의 상품들이 검색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홈페이지에서 민원다발쇼핑몰을 한 번에 찾을 방법은 없었다. 최소한 세 개의 카테고리를 이동해야 민원다발쇼핑몰 목록을 살펴볼 수 있다. 검색을 통해서도 두 번은 페이지를 이동해야 했다.
공정위는 또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서 상품 검색을 막는 것만으로 피해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소셜미디어의 광고를 통해 쇼핑몰로 접근하는 소비자들도 상당하다.
민원다발쇼핑몰 지정에도 피해자가 속출할 경우 공정위나 쇼핑몰 관할 지자체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시정을 권고하거나 조치할 수 있다. 시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반복되거나 명령 자체를 이행하지 않을 때 혹은 시정조치만으로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면 결국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린다.
그동안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제도는 증거자료의 확보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에 장시간이 소요돼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2016년 9월 전자상거래 분야의 위법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의 확산을 신속하게 방지하기 위해 임시중지명령제도가 도입됐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사업자의 행위가 전자상거래법이 금지하는 ‘기만적 방법을 사용한 소비자 유인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그 행위로 △소비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으며 △다수의 소비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에게 임시중지 명령을 할 수 있다.
임시중지명령도 그 조건이 매우 엄격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공정위 관계자는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행위는 ‘소비자를 명백히 속였다는 것이 증명됐을 때’뿐이다. 그런데 이를 확인하려면 조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법리를 검토해야 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정말 사기 업체라면 도주 등으로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며 “이런 절차를 안 거치고 임시중지를 명령하면 위법한 처분이 된다. 업체에서 처분이 위법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내면 임시중지명령이 취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라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스타일브이나 오시싸에 임시중지 명령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로부터 간헐적으로 배송 받은 소비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임시중지명령을 한 사례는 2017년 10월 온라인쇼핑몰 ‘어썸’과 사크라스트라다를 포함해 두 건뿐이다. 어썸 역시 물건을 배송하지 않고 환불 등을 거부하면서 공정위로부터 임시중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임시중지나 영업정지 조건이 엄격하다 보니 시정 조치나 시정 권고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피해액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소비자라면 오래 걸리더라도 결제 취소를 통해 대부분 환불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제 수단을 계좌이체, 무통장입금으로 선택한 소비자들은 민사소송 절차를 밟는 게 아니라면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들은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소비자피해보상금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 뿐이다. 사크라스트라다도 소비자 민원 급증으로 카드 결제가 차단된 이후에도 소비자에게 계좌이체나 무통장입금을 유도했다. 공정위 추산 피해액은 최소 7억 5000만 원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이후 여러 가지 명령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잘 체감하지 못한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에스크로 등 ‘구매 안전 서비스’를 의무화한 것처럼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현실적으로는 공정위가 업체들이 사기 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소비자가 어떤 업체가 안전한 업체인지 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령 에스크로를 이용하거나 보험에 가입한 업체들은 홈페이지에 이를 의무적으로 명시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나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이 어떨까 싶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
‘독도’ 노래한 엔믹스에 일본서 역대급 반발…일본서 반대 청원 4만건 돌파
온라인 기사 ( 2024.11.18 09:45 )
-
동덕여대 공학 전환 사태에 동문들 “훼손 용납 안 돼” vs “근간 흔든다”
온라인 기사 ( 2024.11.17 16:06 )
-
한국 조선은 미국 해군 ‘구원병’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기사 ( 2024.11.19 16: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