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심 강할수록 당뇨 위험 낮고 심장병 위험 높아…성실성 장수에 좋은 성격이지만 강박장애 겪을 가능성도
그렇다면 어떤 성격이 건강에 가장 이로울까. 사실 ‘완벽한’ 성격이란 없다. 모든 성격의 특성에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다. 가령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은 비만이 될 가능성은 높지만 정력이 뛰어나며,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신체적으로는 더 건강하지만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은 더 높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성격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성격에 따른 특정 행동과 습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성격은 우리 몸의 호르몬이 각각의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자연히 건강 상태를 결정짓게 된다. 다음은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로 소개한 성격과 건강의 상관관계다.
#외향적인 사람 : 뚱뚱하지만, 침대에서는 훌륭한 파트너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들은 워낙 활동적이고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매일매일을 파티처럼 보낸다. 하지만 모임이 많다 보니 비만에 걸릴 위험은 높다.
실제 2019년, 독일 연구진이 2만 명에 가까운 성인을 대상으로 성격 유형과 체질량지수(BMI)의 관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향성은 5대 성격 특성(외향성, 개방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성) 가운데 신경성과 함께 비만율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사교적이고 친화력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많이 먹게 되고, 동시에 여러 모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국립보건원 연구팀도 2012년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몸무게는 결국 그 사람의 행동과 생활방식을 반영한다. 또한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인지하는 방식을 나타낸다”고 말하면서 “신경성이나 외향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들은 BMI 지수도 더 높게 나왔다. 이러한 연관성은 체지방, 허리둘레, 엉덩이둘레와도 상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몸무게 때문에 고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정력은 뛰어난 편이다. 올해 초에 발표된 독일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성관계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성격 특성 가운데 하나가 바로 외향성이었다. 연구팀은 성격 특성 전반에 걸쳐 성적인 능력과 파트너에 대한 충성도를 측정하는 메타 분석을 수행했으며, 그 결과 외향적인 사람들은 잠자리 스킬은 뛰어난 반면, 파트너에게 딱히 충성스러운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들은 “성격은 성관계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성관계 도중 보이는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행동은 성관계의 질과 횟수, 그리고 이에 따른 본인과 파트너의 성적인 만족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내향적인 사람 : 대체적으로 건강하지만, 정신 건강은 위험
외향적인 사람들과 함께 인구의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내향적인 사람들은 여럿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다른 사람들보다 신체적으로 더 건강할 가능성이 높으며, 비만이 될 확률도 더 낮다.
코넬대학이 실시한 2013년 연구 결과도 그랬다. 다양한 크기의 시리얼 그릇을 선택하도록 한 이 실험에서 내향적인 학생들은 외향적인 또래 학생들보다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과식할 확률도 낮았다. 비만율이 낮다는 의미는 심장병, 당뇨병, 암 등 각종 질환을 앓을 위험이 낮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코넬대학 연구진들은 이 연구 결과가 사회적 신호(눈치)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학생들은 표준 크기의 그릇에 시리얼을 담았던 반면, 외향적인 학생들은 주관적이고 부정확한 판단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신체적으로는 더 건강할 수 있지만, 외향적인 또래들보다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더 높다. 2001년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상처를 잘 받는 내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낮은 정서적 안정감과 예민함을 보이는 신경증(노이로제)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울증을 겪을 위험도 높아진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또한 사교적이지 않고 정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편인데, 이 역시 우울증을 부추기는 요인들로 알려져 있다.
#경쟁심이 강한 사람 : 당뇨 위험은 낮고, 심장병 위험은 높아
어떤 사람들은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고, 일상의 거의 모든 면에서 늘 경쟁하는 자세로 임한다. 이런 경쟁적인 성격은 분명 직장이나 삶의 특정 부분에서는 유익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심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심혈관 전문가들과 생리학자들은 일상생활에서 너무 경쟁적인 사람들은 스스로 더 많은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 왜냐하면 이러한 성격의 사람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며, 자신이 맡은 많은 일을 완벽히 처리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위스콘신 밀워키에 있는 마르켓대학의 생리학자인 레이첼 볼라르 박사는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심장 질환이나 관상동맥 질환을 앓을 확률이 더 높다”고 주장했으며, 미국심장협회 역시 “스트레스가 쌓이면 혈압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결국 더 큰 만성 질환을 앓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경쟁심이 강한 사람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유형의 사람들보다 당뇨를 앓을 확률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연구진들은 2021년 실시한 연구에서 경쟁적인 성격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2형 당뇨병과 관련된 중요한 증상인 족부궤양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추측컨대 매사에 조심하거나 주의를 기울이는 성격과 관련이 있다.
이와 정반대의 성격, 즉 경쟁심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증상이 훨씬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런 성격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세심하고 성실한 사람 : 장수하지만, 강박장애 될 수 있어
근면하고, 계획적이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최고의 건강 상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성실한 사람들은 자기 통제 및 자기 수양에 뛰어난데 이는 건강하게 장수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꼭 지녀야 할 좋은 성격 특성이다.
왜냐하면 성실한 사람들은 건강한 식습관을 고수하고, 운동을 많이 하며,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처럼 몸에 해로운 행동을 하지 않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암, 심장병, 당뇨병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현저히 낮다.
실제 스위스 연구팀이 수행한 2019년 연구에서는 성실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이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는 주된 염증물이자 염증성 바이오마커인 인터루킨(IL)-6의 수치가 낮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 연구는 40~82세 사이의 성인 남성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는 다른 성격 유형의 사람들에 비해 어떤 원인이든 사망할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화를 입게 마련. 일부 지나치게 성실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완벽주의와 철저한 성향은 되레 독이 된다. 다름 아닌 강박성 인격장애(OCPD)다. 강박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 집착하거나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며,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등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이 자신과 정확히 맞지 않는 한 함께 일을 하거나, 심지어 업무를 위임하는 것조차 싫어한다. 이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 또한 물론이다.
#비관적인 사람 : 사고 당할 확률은 낮지만, 대머리 될라
보통 비관주의는 좋은 성격 특성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건강을 해치는 요소들이다.
남성의 경우 부정적인 성격이 젊은 나이에 탈모 증상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 도쿄의 연구진이 오래 전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남성들이 그렇지 않은 남성들보다 머리카락이 더 빠지거나 모발이 가늘어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연구진들은 말했다. 요컨대 또래들보다 일찍 머리가 빠지는 사람이 미래에 대해 더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들은 또한 탈모 증상이 과체중이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나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비관적인 성격에도 좋은 점은 있다. 바로 신중함이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즉흥적이기보다는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재난 상황이 발생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미처 준비하지 못할 수도 있는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더 많이 대비하기 때문에 비극적인 일을 겪을 확률이 낮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늘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할 가능성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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