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 목적 출자로 지분 매각 쉽지 않은데 영향력도 제한적…한투금융 “구체적 설명 어렵다”
한국투자금융은 처음 최대주주로 카카오뱅크에 출자했을 당시부터 목적이 ‘경영참여’였다. 하지만 2대주주로서 내려앉으면서 카카오뱅크 내 영향력이 제한됐고, 이제 와서 지분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꿴 듯한 모습이다.
지난 25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1만 635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2.39% 하락 마감했다. 지난해 8월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상장 이후 9만 20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를 기점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가 하락을 거듭하면서 카카오뱅크의 주주로 참여한 한국금융지주(4%)와 한국투자밸류(23.2%)에 눈길이 쏠린다. 한국투자밸류와 한국금융지주는 주당 약 7056원에 카카오뱅크에 참여, 지분 27.2%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카카오(27.2%)와 사실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동안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계속 하락했지만 한국투자금융이 보유한 카카오뱅크의 현재 지분 가치는 여전히 취득원가의 두 배가 넘는다. 또 한국투자금융이 초기에 밝힌 바에 따르면 '경영참여'가 목적이기에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 때문에 한국투자금융이 조급해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투자금융의 카카오뱅크에 대한 경영참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향후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하락을 거듭한다면 오히려 주가가 고점일 때 매도하지 않은 것이 아쉬워질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당초 한국투자금융이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 목적으로 출자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시각이 나온다. 단순투자 목적의 출자가 지분 매각에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투자금융은 대규모 차익 실현이 가능했다. 한국투자금융의 카카오뱅크 지분 의무보유 확약 기간 만료일인 지난 2월 7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4만 2350원이었다.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밸류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5조 4857억 원 규모였다. 투자 원금 7796억 원 대비 7배가량이었다. 또 카카오뱅에 대한 경영참여가 탐났다면 상황에 따라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카카오뱅크의 출자목적이 ‘단순투자’였던 KB국민은행은 의무보유 확약 기간이 만료된 후인 지난 8월 6일 카카오뱅크 지분 3%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차익을 챙겼다. 25일 종가 대비 약 40% 높은 가격이다.
코스피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상장 당시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해 제시된 카카오뱅크의 PER(주가수익비율) 56배가 은행업권의 PER 4~5배보다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평가였다. PER은 주가수익비율로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카카오뱅크 주가 크게 하락했지만 PER을 계산하면 대략 39배 수준인데 여전히 은행업권의 PER을 크게 웃돈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속한 그룹의 핵심사업인 카카오톡의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계열사의 브랜드 가치 하락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어 카카오뱅크의 주가 상승을 점치기는 부담스러운 국면이다.
한국투자금융의 경영참여 목적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은 카카오뱅크 2대주주에 머물러 있어 경영 참여가 제한적이다. 한국투자금융은 카카오뱅크를 처음 설립할 당시인 2016년 최대주주였다. 이후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맞춰 카카오가 한국투자금융과 합의한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한국투자금융 측은 2대 주주가 됐다. 현재 한국투자금융 출신 김광옥 카카오뱅크 부대표가 한국투자금융을 대표해 카카오뱅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못한다.
한국투자금융은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배력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에 카카오뱅크 지분 취득을 위한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 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25%, 33% 등을 초과할 때마다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한국투자금융이 카카오의 최대주주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2대주주에 머물러야 하는 한국투자금융의 카카오뱅크에 대한 경영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 측은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인터넷은행 인가 당시 카카오와 같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전제로 설립됐다”며 “한국투자금융 측이 최대주주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카카오뱅크의 경영과 관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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