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 수사 협조적, 검찰 스모킹건 확보 소문…결사항전 외치는 민주당 안에선 친명-비명 갈등 ‘삐죽’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이재명 대표 최측근이다. 성남시의원 출신 김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 경기지사 재임 당시 초대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다. 20대 대선 땐 캠프 총괄을 맡았다. 이 대표 취임 후인 9월 30일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대표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혀왔다.
김용 부원장이 긴급 체포된 것은 10월 19일 오전이었다. 검찰은 김 부원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김 부원장이 소위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021년 4월부터 8월에 걸쳐 수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체포영장에 이 돈의 성격을 ‘대선자금’이라고 명시했다. 단순한 뒷돈이 아닌, 이 대표 대선 경선에 활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김 부원장 체포 소식에 민주당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당 대표의 최측근 인사의 체포 자체보다는, 검찰 수사가 대장동에서 대선자금으로 격상했다는 부분에 당혹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국정감사 일정을 소화했다. 김 부원장 혐의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개인 비리일 뿐이란 얘기가 주를 이뤘다. 당에서도 “검찰 수사를 지켜볼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검찰이 같은 날 오후 3시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위해 검사와 수사관들이 나타나면서였다. 김 부원장의 민주연구원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민주당은 급히 국정감사 전면 중단을 선언한 뒤, 의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의원들은 당사 앞에서 수사관들과 대치하며 검찰과 윤석열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검찰은 야간 영장까지 받으며 대치를 이어갔지만 8시간 만에 발길을 돌렸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10월 19일 저녁 통화에서 “의원들 모두 비상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야당 당사에 공권력을 투입하리라곤 상상 못했다. 군사정권에서나 볼 법한 일이 일어났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국감은 말할 것도 없고 ‘윤석열 탄핵’ 장외투쟁을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 측 비리와는 별개로 당이 정치검찰에 의해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1야당 대표이자 유력 차기 주자의 ‘대선자금’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직접 조준하고 나선 것에 주목한다.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대장동팀’에게 먼저 대선 경선용 자금을 요구했고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수억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부터 대선 경선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용 부원장은 체포 후 입장문을 통해 “소문으로 떠돌던 검찰의 조작 의혹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없는 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나라를 독재시절로 회귀시키고 있다”면서 “정치공작을 일삼는 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모든 방법을 다해 이를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후폭풍을 감안한 듯 검찰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내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향후 수사는 김 부원장에게로 흘러간 돈의 ‘용처’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실제 대선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다. 검찰은 체포영장에서 김 부원장에 대해 ‘2021년 대선 경선에서 자금 관리를 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김 부원장이 대장동팀으로부터 돈을 받아 경선에 썼을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검찰은 김 부원장이 대장동팀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선 ‘스모킹건’을 확보한 상태로 전해진다.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유동규 전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돈이 건네진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현재 대장동 일당 중 상당수가 검찰 수사에 비교적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상황에 밝은 한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단순히 진술만 가지고 대선자금 수사를 하겠다고 일을 벌이겠느냐. 구체적인 물증들이 있다는 얘기다. 유동규 등에 대한 계좌 추적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들을 발견했고, 이 중 일부가 김 부원장에게 간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오간 날짜, 장소 등이 특정됐다. 그걸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향후 재판에서 공개할 것이다. 당시 당사자들 간 오간 대화, 김용 부원장의 위상,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있던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해 대선자금 성격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상대로 수억 원을 받았는지에 대해 추궁하는 한편, 2014년부터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또 다른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김 부원장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의원을 지냈다. 이는 검찰 수사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김 부원장은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여러 의혹과 관련해 침묵하던 이재명 대표도 10월 20일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김 부원장은) 오랫동안 믿고 함께했던 사람”이라며 “여전히 그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검찰이) 대선자금이라고 하는데 정권이 바뀌고 검찰 수사진이 바뀌니 말이 바뀌었다. 대선자금 운운하는데 불법 자금은 1원을 본 일도, 쓴 일도 없다”고 했다. 이어 10월 21일엔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대장동 특검’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단일대오를 형성한 모양새다. 검찰이 당의 운명을 좌우할 대선자금 뇌관을 건드린 이상 결사항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을 회유해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이 대표는 10월 2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정감사 중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려는 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정치가 아니라 이건 그야말로 탄압”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계파 간 기류는 명확히 갈린다. 친명계가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비명 진영에선 신중론을 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명 인사들은 당이 외치고 있는 ‘야당탄압 프레임’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우려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민주당이 야당탄압을 외쳐도 ‘이재명 방탄’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10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에서 “(지난 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를 직접 만나 ‘대표로 나오지 말라’는 주문을 했다”면서 “개인으로부터 당으로 (리스크가) 전염되는 것은 막아야 될 것 아니냐. 구체적으로 그런 점을 생각해 당 대표에 있지 않는 게 좋다는 주장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계 한 재선 의원은 10월 20일 기자와 만나 “김용 부원장이 돈을 받은 게 사실로 드러나면 그 용처와 무관하게 이재명 대표는 치명상을 입는다. 본인 입으로 김용을 최측근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대선자금이 아니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이 건을 당과 함께 끌고 가선 안 된다. 당 전체가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 지금은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실제 친문계 일각에선 이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개인 차원에서 검찰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를 계기로 수면 아래에 있던 친명과 비명계 간 갈등이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이는 앞서 ‘친문’ 전재수 의원이 불을 지핀 바 있다. 국방위 소속 이재명 대표가 방위산업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과 관련해 전재수 의원은 10월 1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를) 지지했던 숱하게 많은 사람이 뉴스도 못 보고, 널브러져 있는데 혼자 정신 차리고 주식 거래를 한다? 물론 주식 거래는 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적 사익에 해당하는 주식 거래는 실망스러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후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전 의원을 향해 융단폭격을 했다.
‘사법 리스크’를 풀어야 하는 이재명 대표로서는 당 내홍이라는 과제까지 안게 됐다. 검찰 칼날이 옥죌수록 비명계의 비토 기류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계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의 조작 수사 빈틈을 타 이 대표를 흔드는 세력이 내부에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것도 이 지점 아니겠느냐. 당은 언제나 내분으로 망했다. 부당한 야당 탄압에 맞서 단결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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