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의 족보 제공사이트 ‘이슬렌딩가보크’. 큰 사진은 아이슬란드의 팝스타 비요크. |
인구가 30만 명밖에 안 되는 섬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이런 고민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근친상간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북극권 바로 아래에 위치한 아이슬란드가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대부분의 아이슬란드인은 성 대신 이름으로만 서로를 부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 누가 누구의 친척인지 쉽게 알지 못해 더욱 혼동한다. 이는 아버지의 이름 뒤에 아들일 경우 ‘son’을, 그리고 딸일 경우 ‘dottir’를 붙여서 성을 짓는 아이슬란드의 전통 때문이기도 하다. 가령 성이 톰슨(Tomson)인 남성의 경우, 아버지의 이름인 톰(Tom)에 아들(son)을 붙여서 만든 성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런 까닭에 아이슬란드에서는 남녀가 처음 만나 데이트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묻는 특정 질문이 있다.
바로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나요?’가 그것이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근친상간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반면 가계도를 조사하지 않은 채 만났다가 뒤늦게야 자신들이 먼 친척 간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고충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웹사이트가 등장해서 아이슬란드인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10년 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슬란드인들의 책’이란 뜻의 ‘이슬렌딩가보크(Íslendingabók)’는 일종의 족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아이슬란드인 조상과 관련된 방대한 분량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이곳은 현재 새롭게 데이트를 시작하는 젊은 아이슬란드 남녀의 필수 코스가 됐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자신의 이름과 상대방의 이름만 입력하면 즉시 두 사람 사이의 가계도가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가 한눈에 나타난다. 사용료는 무료이며, 18세기 이후 모든 아이슬란드인의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
최근에는 미래의 배우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심심풀이로 유명인들과 촌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었다. 그 결과 많은 아이슬란드인들이 자신이 아이슬란드의 유명 팝스타인 ‘비요크’의 먼 친척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흐뭇해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