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구입 및 관리 대행을 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도쿄 내 한 사원은 이미 1만 명 정도에 이르는 여성이 개인 묘지 구입을 완료했다. 사후 묘지 관리를 위해 멀리 사는 자식을 오라 가라 하기도 싫으니 차라리 돈을 주고 남한테 맡긴다는 것이다. 특히 시댁과의 관계가 불편했던 여성들은 절대로 가족 묘지에 묻히기가 싫다며 개인 묘지를 장만하려 애를 쓴다.
이런 묘지는 대체로 가격이 80만 엔(약 1000만 원)에서 100만 엔(약 1400만 원) 정도다. 가족 묘지에 들어가는 것보다 가격이 절반가량 더 싼 장점도 있다. 자식이나 친지 등이 죽어 조문 발걸음이 뚝 끊길 경우는 개인 묘에서 큰 합장묘로 이장돼 남들과 함께 묻혀 관리된다.
이와 관련해 여성 노인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묘지에 함께 묻힐 동성친구를 찾는 ‘묘 친구’ 모임 붐도 일고 있다. 자매가 있는 경우는 언니나 여동생과 함께 묻히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자매가 없는 경우는 미리 ‘묘 친구’가 될 동성 친구들과 같이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곳을 물색한다. 묘 친구 모임에서 누가 한 명 죽으면, 나머지 사람들이 고인 묘지로 가 꽃을 꽂아주고 청소도 하면서 도시락도 먹고 가볍게 차나 술도 한잔 한다.
<LA타임스>는 이런 유행을 보도하면서 시댁에 얽매인 전통적인 여성상을 거부하고자 하는 ‘일본 여성들의 마지막 반란’이라고 평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핵가족화가 심화되는 만큼 앞으로 장묘 문화도 계속해서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