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민원 제기 등 집행부·회원 첨예한 대립에도 종합감사만…복지부 “일부 주장만으로 조사 못해”
이용사회는 복지부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직능단체다. 이용사회에 따르면 1946년 총연합회를 발족한 이후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중앙회를 중심으로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의 56개 지회, 10개 도지회, 그리고 도지회 산하 163개 시·군·구 지부 등 총 229개 기본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용사회 가입자 수는 3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공중위생영업자로 분류되는 이용업주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매년 위생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용사회는 이 위생교육을 복지부 위탁을 받아 실시하고 있다.
이용사회는 회장의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곳이다. 이용사회 한 회원은 “이전 집행부의 15년 장기 집권으로 전 이용사회 회장은 전국 단위 단체를 개인 사조직으로 만들어 각종 이익을 편취했다. 그 결과 법원은 전 회장이 취득한 2억 3000여만 원을 이용사회로 반환하라 판결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집행부가 바뀐 후에도 집행부와 회원들은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용사회 회원 A 씨는 현 이용사회 회장이 위생교육시 회원들에게 일반 가위를 일본산 명품 가위라고 속여 팔아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한다. A 씨는 “현 이용사회 회장은 2018년부터 ‘O.K 이용 가위’를 ‘100% 일본 현지 공장에서 2대에 걸친 장인이 직접 수작업으로 완성한 최고의 가위’라며 일본 직수입했다고 홍보했다. 회원들은 이를 개당 50만 원에 구매했다. 그런데 이 가위가 모조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기 혐의로 경찰에 이용회장을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담당 수사관에 따르면 해당 일본 회사는 2011년 폐업했다. 경찰 압수수색 결과 한 한국 회사의 창고에 해당 가위가 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일본에서 가위를 직수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찰이 세관을 통해 알아본 결과 해당 가위들의 수입 이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 이용회장 B 씨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그는 “가위 제조업체 대표가 O.K 가위와 관련해 국내와 일본에 상표권이 있다고 했다.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서 가위를 확인하기도 했다. O.K 가위는 일련번호가 있어 가짜 가위로 판매할 수 없는 구조다. 내가 봤을 때 가위 품질은 최상이다. 회원들에게 팔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가위가 가짜라면서 내가 사기를 쳤다며 고발을 당했다. 만약 경찰 조사를 통해 내 혐의가 인정되면 나도 제조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B 씨는 “A 씨는 내가 회장으로 선임될 때부터 정관 변경부터 시작해 변호사비·위생 교육비 횡령, 그리고 지금 가위 사기 의혹까지 꾸준히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중요한 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A 씨의 행위는 이용사회를 흔들어 놓으려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A 씨와 일부 이용사회원들은 현 이용회장에 대한 다른 의혹들도 제기하고 있다. 이용사회를 관리·감독하는 복지부에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특별감사 등을 실시하지 않았다. A 씨와 일부 회원들에 따르면 2021년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증거 자료를 들고 복지부 담당 사무관을 직접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복지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복지부는 올해 8월이 돼서야 감사를 진행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용사회 종합감사는 3년에 한 번 열리는데 올해가 감사가 열리는 해다. 결국 복지부는 종합감사 시즌이 돼서야 진위 여부 파악에 나선 것이다. 다만 기존 이틀만 진행했던 감사를 올해에는 3일에 걸쳐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중앙사고수습본부에 파견되다 보니 자리 비움이 있었다. 당시 담당자도 제대로 감사를 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또 문제제기가 있다고 무조건 나가서 조사하기보다 확실한 물증이나 증거가 있어야 이를 기반으로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다. 일부의 주장만 가지고 조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의 이 같은 대응이 퇴직 후 협회 취직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은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및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퇴직일부터 3년 동안 공기업과 업무 연관성이 깊은 산하 기관에 취직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기관 산하 협회는 예외다. 그렇다 보니 퇴직 후 자신이 관리하던 협회의 주요 보직에 곧바로 취직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용사회를 관리하던 복지부 건강정책과의 한 과장도 2016년 퇴직하자마자 자신이 관리하던 또 다른 협회에 사무총장으로 취직한 사례가 있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용사회는 복지부의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곳인 데다 전 회장이 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던 곳이다. 관리·감독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 지금 서로 고소·고발로 대치하고 있는 것을 회원들끼리 해결하라고 할 일은 아닌 거 같다”며 “협회의 예·결산 자료만 훑는 형식적인 감사에서 벗어나 협회가 잘 돌아가는지 등 복지부가 전반적으로 협회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공직자윤리법의 범위를 산하 협회까지 넓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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