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8억·선거법 위반·검찰 내통 의혹 조준…‘키맨’ 유동규, 선거법 위반 재판 증인될 듯
유동규 전 본부장은 최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입을 열기 시작한 유 전 본부장 덕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눌 수 있게 됐다. 유 전 본부장의 발언으로부터 시작해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거나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는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은 8억 4700만 원의 정치자금 사건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처장을 “알지 못한다”고 했던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 시절 발언의 선거법 위반 사건 △“이미 검찰과 의사소통을 끝냈다”고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한 이재명 대표 측의 발언에서 비롯된 검찰 내통 사건 등이다.
#정진상 소환 뒤 영장 청구 가능성
검찰은 탄탄하게 수사를 준비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의 발언을 토대로 돈을 건넨 측인 남욱 변호사와 남욱 변호사의 전달책 역할을 한 정민용 변호사, 또 돈을 건네받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계좌와 GPS 기록 등을 촘촘하게 확인했다. 돈이 건네진 것은 2021년 4월부터 8월까지인데, 검찰은 돈을 전달한 장소로 지목된 아파트의 차량 출입 기록과 당시 정황이 담긴 CCTV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에게 돈이 건네졌다는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만났다고 하는 장소 근처에 당사자들의 휴대전화가 기지국에 잡힌 기록이 있는지도 확인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라며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는 충분히 확보했다고 답했다.
덕분에 검찰은 남욱 변호사는 물론,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의혹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 김용 부원장 구속영장에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김용 부원장에게 ‘남욱 (변호사)한테 돈을 받아오면 되냐’고 묻고 이를 허락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담겼다. 검찰은 김용 부원장 측이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에게 20억 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해 8억 4700만 원만 건네졌다가 이 가운데 일부를 다시 되돌려 줬는데 이는 지난해 9월 대장동 특혜 의혹 보도가 나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수통 출신의 변호사는 “대통령 지지율이 20~30%대인 상황에서 거대야당의 대표를 겨눈 수사는 탄탄해야만 한다”며 “진술만 있다고 해서 수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짜 법원에 입증했을 때 100% 유죄를 받을 수 있는 확신이 서야만 관련자 체포 등 강제 수사를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맨’ 유동규의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한 만큼, 다음 수사 타깃은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겨누고 있다. 일단 검찰은 뇌물을 준 대장동 일당과 뇌물을 받은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의 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가 남욱 변호사가 자주 다니던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종업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역을 복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이 수십 번 넘게 낸 유흥비용에 뇌물의 성격이 있다고 본 것. 2013년에 이뤄진 접대지만 이때의 의혹들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은 10월 24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실장, 김용 부원장에 대해 “나는 형제라고 생각했고 ‘의리하면 또 장비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가 그럴 아무런 이유가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이들에 대해 모두 털어놓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검찰은 정진상 실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했는데, 조만간 소환한 뒤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거론되는 이유다.
#"김문기를 몰라? 모를 수 없다"
유동규 전 본부장의 발언 중 가장 확실하게 이재명 대표를 겨눈 것은 단연 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미 기소된 사건인데 유 전 본부장 발언 때문에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22일 SBS 뉴스 프로그램 등에 출연한 자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공사업자 측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라고 발언한 혐의(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됐다. 발언 하루 전인 12월 21일, 김문기 전 처장이 스스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이를 놓고 “알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한 것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지난해 구속 전에는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았던 유동규 전 본부장이 최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진술을 바꿨다. 유 전 본부장은 10월 24일 한국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를 몰라? (나랑)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은 2015년 1월 9박 11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 해외 출장을 다녀온 바 있는데,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처장을 모를 리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재명 대표 측은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기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유동규 전 본부장을 재판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함께 호주·뉴질랜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구체적인 진술이 재판에서 나올 경우,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 대표가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되고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검찰 내통 의혹은 수사 가능성 낮아
민주당에서는 유 전 본부장을 검찰이 회유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발언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과 이재명 캠프 측의 내통 의혹’을 주목하고 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용 부원장 측이 자신과 가까운 변호사를 유동규의 변호인단에 넣어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거나 회유를 시도했다”거나 “압수수색 직전 정진상 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휴대전화를 버리라 하고, 김용 부원장은 ‘무조건 도망가서 열흘만 버텨라. 중앙지검장과 정진상 실장 사이에 얘기가 돼 있다’며 병원 입원을 종용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을 압수수색했던 시점은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11일 전이었다. 이런 까닭에 검찰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들과 정진상 실장·김용 부원장 간 수사 정보 유출 의혹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2021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이 내던진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CCTV 확인 결과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이 일주일 만에 휴대전화를 찾아내면서 사과해야 했는데, 당시 검찰이 수사를 ‘고의적으로 뭉갠 지점’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 영역은 검찰 내에서도 예민할 수 있는 지점이고, 이정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수사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앞선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여러 고발 사건, 인지 사건들 중 취사선택해 수사를 하기 때문에 명백한 수사 관련 증거 조작이나 문서 위조가 아니면 검찰의 판단을 수사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검찰 내에서는 당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도 있다고 들었다. 아마 이정수 지검장이 명백한 불법 행위를 한 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당시 수사팀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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