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예상가들은 훈련 관찰을 통해 복병을 찾아내기도 한다. 직전과 비교했을 때 훈련 상태가 확연히 좋아진 말들은 실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마방의 상금을 비교해 평균 상금에 못 미치는 마방의 마필을 집중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방법은 최근에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수를 쫓아가는 것이다. 이 방법은 앞서 소개한 복기나 훈련 관찰보다 훨씬 쉽다. 최근 성적을 토대로 잘나가는 기수를 찾으면 된다. 자신의 통산 성적보다 입상률이 높고, 고배당을 자주 터트리는 기수를 쫓아가다 보면 고배당 적중의 행운도 따르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자주 애용하는 복병 찾기 방법이다.
기수는 다른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펄펄 날 때도 있고 슬럼프에 빠져 부진할 때도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항상 같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축마 선정할 때 기승 기수가 최근 성적이 부진하다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능력이나 인기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최근에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면 과감하게 축으로 놓고 베팅해볼 만하다.
최근 한 달간 성적을 조사해본 결과 가장 잘나가는 기수는 이동하였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여러 기수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고, 가장 많은 고배당(삼복승 기준)을 터트렸다. 통산 성적에서도 데뷔 7년 차인 올해가 가장 좋았다. 총 204회 출전에 우승 21회(10.3%), 2위 26회(23.0%)로 데뷔 후 처음으로 승률 10%와 복승률 20%를 넘겼고, 자신의 통산 성적(7.8%, 16.9%)과 비교해도 크게 앞서는 성적이었다.
특히 최근 한 달간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총 56회 출전에 우승 6회, 2위 8회, 3위 12회로 다승 부문에서 당당히 4위에 올랐고, 연승률(삼복승)이 무려 46.4%를 기록했다. 두 번 뛰면 한 번은 3위 안에 들어오며 삼복승 마권을 적중시켰다는 것이다. 1위 기수 문세영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는 성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세영이 기승하는 마필은 대부분 인기마다. 반면에 이동하는 인기마보다는 복병마나 부진마에 기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내용과 질적인 면에서는 문세영보다 낫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경주 중에서 고배당(삼복승)을 터트린 몇 경주를 살펴본다. 10월 16일 11경주에서 단승식 32.2배의 케이엔언더킹으로 3위를 기록하며 삼복승 143.4배를 터트렸다. 삼쌍승은 684.6배. 케이엔언더킹은 이전 경주 후미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10위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었다. 또한 이번에는 탑퀄리티, 마이티굿, 큐피드원더, 한강보스 등 쟁쟁한 강자들이 많은 편성이라 팬들의 관심밖에 있었다.
출발은 여전히 늦었지만, 이동하의 강력한 말몰이로 인코스 선입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막판에도 힘이 부족해 뒷말들에게 추격을 허용했지만, 끝내 3위를 사수하며 삼복승 고배당을 선사했다. 4위와의 차이는 목 차로 하마터면 잡힐 뻔했지만, 이동하의 집념과 근성으로 버텼다고 본다.
10월 15일 5경주에서는 단승식 20.9배의 인빅터스에 기승해 막판 짜릿한 추입으로 2위를 기록하며 삼복승 67.5배를 터트렸다. 우승마 룰즈클래스(문세영)가 단승식 1.9의 압도적 인기마였기 때문에 '999'는 나오지 않았지만, 상당히 좋은 내용과 배당으로 입상에 성공했다. 인빅터스는 5군에 올라온 이후 최근 다섯 번의 경주에서 모두 입상에 실패한 기복마였다. 훈련 상태도 별로였고, 당일 컨디션도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펄펄 날고 있는 이동하였기 때문에 베팅권에 가져갔고, 고배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10월 9일 10경주에서는 인기 꼴찌마 논스톱캣에 기승해 기막힌 기승술로 3위를 기록, 삼복승 292.9배 삼쌍승 1610.8배의 초고배당을 터트렸다. 논스톱캣 역시 직전 경주에서 출전마 11두 중 10위에 그치며 아무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스타트가 빠르지도 않고 막판 탄력도 별 볼 일 없는 기복마였지만, 이동하의 강인한 말몰이와 정확한 스퍼트 타이밍으로 깜짝 3위를 기록하며 '999'를 선사했다.
10월 9일 6경주에서는 인기 5위의 킹덤스톰에 기승해 안쪽을 사수하는 전력 승부 끝에 우승하며 삼복승 77.3배, 647.0배를 터트렸다. 킹덤스톰은 데뷔전부터 11전을 뛰는 동안 단 한 번의 2위도 없었던 전형적인 부진마였다. 직전 경주에서 이동하로 교체되며 처음으로 3위를 기록하더니 12번째 경주에서 극적인 우승을 거뒀다. 잘나가는 기수는 부진마까지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10월 2일 7경주에서는 인기 7위의 슈퍼엑톤에 기승해 막판 추입으로 3위를 기록하며 삼복승 139.5배, 삼쌍승 1093.2배를 터트렸다. 슈퍼엑톤은 최근 네 번의 경주에서 모두 중하위권에 그치며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깔끔한 출발 이후 중위권에서 힘을 안배하다가 막판 200m를 남겨두고 추입에 성공하며 3위로 골인했다. 당시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두 달 공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복기상으로도 나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항상 이동하를 ‘원픽’으로 베팅했기에 필자는 고배당을 적중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많은 경주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앞서 밝혔듯이 이동하가 기승하는 마필은 인기마보다는 복병마나 기복마가 훨씬 많았다. 따라서 승률, 복승률은 당연히 문세영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내용만 놓고 봤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이동하도 사람이기에 실수하는 경주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보여준 경주 내용은 ‘최고’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앞으로는 인기마에 많이 기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동하의 능력을 알아본 조교사나 마주들이 자신의 능력마(인기마)에 기승시키려 콜을 보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아직 일류 기수로 평가받지 못했을 때가 영양가가 높기 때문이다.
[복기로 본 관심마] 완전히 달라진 '화수분' 4군에서도 통할 듯
이번 회차에서는 공백 우려를 씻고 휴양 복귀전에서 상당히 좋은 경주력을 발휘한 화수분을 관심마로 선정했다. 화수분(국4·암)은 올해 7월 조교사로 데뷔한 새내기 서울 21조 문병기 마방의 국내산 3세 암말이다. 10월 22일 3개월 만에 출전한 휴양 복귀전에서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3위를 기록,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200m 5번 게이트에서 뛰어난 스타트 능력을 발휘하며 가장 먼저 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3개월 공백을 의식한 듯 김태희 기수가 무리하지 않고 제어하며 선행을 양보했다. 약 200m 지점에서 외곽의 6번 베스트팔콘, 9번 스탈렛에게 선두를 내주고 따라가는 작전으로 변경했다. 4코너를 여섯 번째로 돈 후, 막판 결승선에서 탄력적인 추입력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결과는 아쉬운 3위였지만, 당초 기대치보다는 훨씬 잘 뛰었다고 본다. 소속조가 정호익에서 문병기로 바뀌었고, 외부 휴양으로 공백이 길어지며 컨디션이 베스트가 아니었다. 또한 단승식 2.1배의 압도적 인기마 라온포레스트를 비롯해 스탈렛, 클래식스타 같은 강한 상대가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5위 안에 들기도 매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공백 우려를 씻고 상당히 좋은 경주력을 발휘했다. 그중에서도 예전에 보여주지 못한 끝 걸음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있다. 모계 형제마인 빅이어(암)와 레전드스톰(수)이 모두 2군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주 3위를 기록하며 4군으로 승군, 앞으로는 더 강한 상대를 만나겠지만 뚜렷한 변화를 보였기에 4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