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췌장·신장 질환 증상 자각하면 돌이킬 수 없어…안구나 소변 색깔 변화 유심히 확인해야
와카바야시 겐타로 씨(가명·60)는 “깊이 후회하는 일이 있다”고 밝혔다. 15년 전, 그는 건강검진을 통해 지방간 초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각 증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한 달 정도 식사를 조심하고, 좋아하는 술을 삼갔더니 수치는 바로 회복됐다.
하지만 그 뒤 안일한 대처가 문제였다. 곧바로 음주를 재개한 것이다. 오히려 이전보다 술을 더 자주 마셨다. 반면, 일이 바쁜 나머지 건강검진에는 소홀해져 갔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났을 무렵, 배 주변의 혈관이 거미줄처럼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왠지 꺼림칙해 병원을 찾았다가 ‘간경변(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현재는 통원과 약물치료 중이며, 평생 단 한 모금의 술도 마셔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는 약 3000만 명이 지방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간 전문의인 구리하라 다케시 원장은 “알코올뿐만 아니라 과식이 원인인 지방간도 최근 증가세”라고 전했다. 문제는 지방간을 방치할 경우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간 질환 : 손바닥이 유독 붉으면 위험 신호
지방간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구리하라 원장은 “그렇기에 중기 이후 나타나는 위험 신호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중등도의 지방간은 간에 염증이 생겨 몸이 나른하며, 피곤함을 쉽게 느낀다. 숙취가 풀리지 않고 오래가는 것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구리하라 원장은 “진찰 시 환자의 손부터 살핀다”고 한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손바닥이 부자연스럽게 붉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상은 지방간에서 간경화로 이행되는 시기에 발견된다. 아울러 코끝이 붉어지고, 남성인데 가슴이 커진다거나 발기부전 같은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간은 세포 재생 능력이 뛰어난 장기다. 증상을 숙지해 일찍 발견할 경우 회복이 기대된다. 관리만 잘하면 120세까지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목과 배 주변의 모세혈관이 거미줄처럼 붉게 도드라졌다면 위험 신호다. 의학 용어로는 ‘메두사의 머리(Caput medusae)’라고 하는데, 간경화나 간암의 징후로 여겨진다.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도 대표적인 간경화 말기 증상이다. 이 단계는 간도 더이상 세포를 재생할 수가 없다. 간부전으로 이어지고, 합병증이나 간암 발병 위험이 커지게 된다.
#췌장 질환 : 안구·변 색깔 바뀌면 의심
간과 마찬가지로 췌장도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다. 주요 질환은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 췌장암 등이다. 내과전문의 모리 유마 씨에 따르면 “췌장 안에 있는 췌관이 막히면서 염증이 생기고 배나 등이 아파 췌장병을 알게 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 밖에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한다거나, 소변 색이 짙어지고, 대변 색이 회색이나 하얗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흔하지 않지만 혈당이 치솟기도 한다. 덧붙여 특별히 식이조절을 하는 것도 아닌데, 6개월간 평소 체중의 5% 이상이 감소했다면 췌장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만성 췌장염은 발병 원인이 대부분 알코올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음주 등으로 췌장염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췌장이 손상되어 가는 것이다. 결국 췌장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소화기능 장애나 당뇨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발병 후 10년이 지나면 췌장의 여명은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주량이 많은 사람은 평소 주의를 기울이고, 늦어도 7~8년이 지나기 전에 알아채야 한다.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에 의하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8.5%로 치명률이 매우 높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간과 달리 췌장은 한번 악화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위험 신호를 평소 숙지해두는 편이 바람직하다.
#신장 질환 : 소변에 변화가 생겼다면 요주의
신장(콩팥)은 작지만 많은 일을 한다. 혈액 속의 노폐물을 제거해 소변으로 배출하고, 호르몬을 분비해 조혈작용도 돕는다. 신장의 기능은 20대를 100%라고 친다면 나이가 들수록 완만하게 계속 떨어진다. 그러다가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지혈증 등의 요인에 의해 급격히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 신장병이 발병하게 된다.
유명 신장병 전문의 우에즈키 마사히로 교수는 “일반적으로 신장병은 소변의 변화로 이상을 감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배뇨 후 변기에 미세한 거품이 남는다. 이는 신장의 일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소변에 단백질이 섞이기 때문이다.
또,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소변을 농축할 수 없게 된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지 않았는데 자꾸만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고,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잦아진다. 이때 소변량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체내에 노폐물이 쉽게 쌓여 몸 곳곳이 가렵거나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다. 더 심해지면 빈혈이 생기고 어지럼증의 증상을 보인다. 이외에도 땀을 흘리는 세포 기능에 장애가 생겨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 신장병이 발병하면 뇌졸중, 심부전,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3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신장 기능이 0%에 가까워지면 투석이나 이식을 할 수밖에 없다. 한번 기능이 저하된 신장은 원래대로 되돌리기란 어렵다.
하지만 조기 발견으로 신장병 진행을 늦추고, 장기의 여명을 연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에즈키 교수는 “내장 여명이 건강 수명보다 먼저 소진되는 일이 없도록 평소 신장이 보내는 경고음에 민감해야 한다”며 “그것이 침묵의 장기를 지키는 요령”이라고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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