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야생의 깨로 '참깨'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우리의 밥상을 묵묵히 지켜준 친구와도 같다. 짙은 향으로 들짐승에게서 작물을 지켜주었고 들깨로 만든 들기름은 한식의 풍미를 더해 주었다.
어디 그뿐일까. 들깨의 잎인 '깻잎'은 세계에서 우리만 먹는 '코리안 허브'가 됐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고도 결코 자랑하는 법이 없는 들깨, 지금 들녘에 그들이 여물었다.
가을이 되면 시골 마을마다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타닥타닥 너 한번 나 한번 주고받는 들깨 타작 소리다. 8년째 들깨와 동고동락하고 있는 황치익 씨. 그의 들깨밭에도 수확 철이 돌아왔다.
들깨는 익기 시작하면 금세 낟알이 떨어져 버리기에 서둘러 베고 말려야 한다. 수확을 하고도 또 일주일을 기다려 바짝 마르게 둬야 하고 그 다음 도리깨질로 들깨를 털고 나면 이물질을 일일이 걸러낸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들깨 가루로 갈아서 음식에 넣을 수도 있고 들기름을 짤 수도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예로부터 어머님들은 신선한 들기름 한 병을 짜기 위해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시절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은 어떤 게 있을까. 들깨를 꿀과 함께 절여 보약처럼 아껴먹었던 들깨꿀절임과 몇 방울만 넣어도 음식의 맛이 살아나는 들기름 나물볶음, 그리고 섬진강 사람들의 소중한 식량이었던 참게와 들깻가루를 듬뿍 넣어 만든 하동만의 들깨음식 참게가리장까지 가을 들깨로 차린 정겨운 시골 한 상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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