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가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온다. 이태웅 PD가 연출한 첫 번째 에피소드인 "싸우면서 건설한다"는 68혁명이 전 세계에 전파되면서 저항과 해방의 문화가 지구를 휩쓸던 무렵, 그 조류에 역행했던 대한민국의 흑백 시대에 오롯이 주목한다.
1968년 대한민국은 남파무장간첩의 대통령 암살기도로 반공시대와 함께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게 된다. '과연 이 엄혹한 시대가 요구하는 질서는 어땠을까' '내가 이 시대에 살았다면'‘이란 물음에 답하듯 다큐는 그 시절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과 시선을 담아낸다.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전투적인 기치 아래 향토예비군이 창설되고 전 국민에게 영구불변의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고 또 경제제일주의로 힘과 금의 만능주의가 비롯된 이 시기는 '현대 한국'의 시스템이 디자인된 원년이자 소실점처럼 보인다. 이 흑백의 시대를 다큐 속 어느 컬러의 시대로 연장해도 서로 낯설지 않게 와 닿는 이유이다.
흑백 시대의 사운드를 살려내는데 공을 들인 이번 에피소드는 1968체제의 유효기간을 통해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행위 예술과 아주 짧지만 젊은 3金(DJ JP YS)과 정치인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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