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 지인 “연내 입국 원해, 딜 아닌 진실 밝히려는 취지”…이재명 사법리스크 연쇄 폭발 전망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2021년 6월경 해외로 도피했다. 수원지검이 쌍방울 압수수색에 돌입하기 직전이다. 김 전 회장은 수사관으로부터 수사 일정 등을 전달받고 쌍방울 부회장이었던 방 아무개 씨 도움을 받아 도피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22년 8월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며 여권을 무효화했다.
김 전 회장 도피 장소로는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도피 중 유명 리조트에서 연예인을 초대하는 생일파티를 개최하는 등 ‘호화 도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관련기사 ‘연예인 불러 생일파티…’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호화 도피 행각). 쌍방울 임직원들이 김치나 횟감 등 김 전 회장이 선호하는 도피 물자를 직접 공급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전 회장의 도피 생활은 기약 없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 전 회장이 정권이 바뀌기 전엔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9월 1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김 전 회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한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도망 중인 범죄자가 집중적으로 송환 요구를 받고, (정부가) 노력할 경우엔 계속 도망 다닐 수는 없다”면서 “지켜봐주시면 (김 전 회장 관련)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김 전 회장 신병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런데 최근 사정당국과 김 전 회장 주변에서 흥미로운 얘기가 들려왔다. 김 전 회장의 중대 결정이 임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귀국 일정을 물밑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 귀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당내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대장동 의혹 관련 폭로를 시작하면서, 김 전 회장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주변으로부터 자수를 권유받고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유동규 폭로 이후 당내에서조차 ‘이재명 사수’ 스크럼에 빈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회장도 활로를 열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전 회장 귀국은 유동규·남욱 등 폭로로 위기에 빠진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부담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전 회장과 오래 알고 지낸 한 사업가도 김 전 회장 관련 이야기를 귀띔했다. 앞서의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이야기보다 구체적이었다.
이 사업가는 “김 전 회장이 외국에 나간 뒤 연락이 끊겼는데, 최근 모처럼 소식이 들려왔다”면서 “김 전 회장이 국내 변호사를 통해 검찰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이 사업가가 김 전 회장과 접촉했다는 변호사로부터 들은 이야기 내용은 이랬다.
“김 전 회장이 올 연말이 지나기 전 국내에 들어오려고 준비 중이다. 김 전 회장이 직접 그동안 수많은 오해와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검찰과 딜을 하려는 게 아니라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 귀국 타진과 관련해 “쌍방울을 정조준한 검찰 수사망이 압박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쌍방울 사외이사 출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전직 쌍방울 대표이사이자 김 전 회장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방 아무개 부회장이 구속됐다”면서 “여기에 여권까지 무효화된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쌍방울그룹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전 회장 역시 한 명의 사업가다. 성장 배경과 상관없이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돈이다. 특히 김 전 회장과 쌍방울을 둘러싼 각종 논란 중엔 ‘주가조작’이라는 키워드도 빈번히 등장했다. 업계에서 김 전 회장은 주가에 굉장히 예민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주가의 하락은 곧 그의 자산 가치 하락이기 때문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쌍방울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긴밀히 연결된 이면엔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면서 “대북사업 관련 뉴스는 실제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와 별개로 주가에 상당한 상승 동력을 부여하는 요소”라고 했다. 그는 “쌍방울그룹 계열사 주가하락 자체가 김 전 회장 심경 변화 주요 동기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두 갈래다”면서 “바로 대장동과 쌍방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 ‘키맨’은 유동규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쌍방울 관련 의혹 ‘키맨’은 다름 아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시작된 쌍방울 관련 이슈가 불법 대북사업 의혹으로까지 비화했다. 유동규가 입을 연 상태에서 김성태까지 귀국해 입을 연다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는 클라이맥스 국면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일요신문은 10월 28일 김 전 회장 귀국 의사 타진 여부와 관련해 쌍방울 측에 통화와 문자 등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들을 순 없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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