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파월은 어디에 있나?’
지난 2년 동안 많은 미국인들을 애타게 했던 이 수수께끼 하나가 결국은 일가족 사망이라는 처참한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2009년 실종된 후 여태껏 행방이 묘연한 수전(실종 당시 28세)의 남편인 조시 파월(36)이 두 아들을 살해한 후 자신 역시 집에 불을 질러 자살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미국 전역은 애도의 물결에 휩싸였으며, 해당 지역경찰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실종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번 실종 사건이 미궁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유일했던, 그리고 또 유력했던 용의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조시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조시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은 과연 앞으로 수사에 얼마나 진척이 있을까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수전 실종 사건’이 어쩌면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게 됐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주 그레이엄에 있는 조시의 집이 ‘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인 것은 지난 2월 5일이었다. 집안에는 조시를 비롯해 그의 두 아들인 찰리(7)와 브래든(5)이 있었으며, 얼마 후 세 부자는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에 의해 새까맣게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검시 결과 두 아들의 목과 머리에는 손도끼로 찍힌 외상이 발견됐다. 이로써 경찰은 조시가 먼저 두 아들을 살해한 후 미리 뿌려 놓은 휘발유에 불을 붙여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계획된 범행이라는 정황은 여러 군데서 포착됐다. 우선 사건 당일 조시가 두 아들과 동행했던 사회복지사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현관문을 잠갔다는 점, 그리고 “집안에서 휘발유 냄새가 났다”는 사회복지사의 증언도 조시가 이미 방화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또한 조시는 자살 직전 자신의 양육권 소송 담당 변호사에게 “미안합니다. 안녕히”라는 짧은 글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으며, 가족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그동안 저 때문에 힘들었던 모든 분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자살을 암시하는 음성메시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또한 아들들의 장난감과 책들을 미리 지역자선단체에 기부해놓았다는 점도 그가 사전에 자살을 계획하고 있었음을 추측케 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걸까. 이에 주변 사람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최근 있었던 두 아들의 양육권 반환 소송에서 패한 것이 큰 이유 아니었겠냐며 입을 모으고 있다. 방화사건 전날 워싱턴주 법원은 조시가 두 아들의 외조부를 상대로 낸 양육권 소송을 기각했으며, 대신 성도착자들에게 시행되는 성적 심리검사를 받을 것을 명령했다.
이밖에도 지난 2년 동안 아내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서 받았던 극도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이유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수군대는 사람들은 조시가 두 아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 다시 말해서 아내의 실종과 관련된 비밀을 영원히 묻어두기 위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조시의 동서인 커크 그레이브스는 “그가 불을 질러 자살했다는 사실이 바로 자신이 한 짓을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체 두 아들은 수전의 실종과 관련해서 무엇을 알고 있었던 걸까. 우선 모든 비극의 씨앗이 뿌려졌던 2009년 12월로 돌아가 보자.
▲ 조시 파월 가족의 행복했던 한때. 2009년 아내 수전 실종 후 유력 용의자로 떠오른 남편 조시는 두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집을 불태워 자살했다. |
그의 알리바이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왜 밤 12시 30분에, 그것도 추운 날씨에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캠핑을 갔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경찰은 캠핑 장소였던 토파즈산 주변의 유타 사막을 12일 동안 수색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렇게 그의 알리바이는 성립되었다.
이런 알리바이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과 언론은 조시 가족의 주변을 맴돌면서 온갖 가십과 의혹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이를 피해 결국 조시는 아버지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로 이사를 갔으며, 그 후 아내의 실종과 관련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가 처음 입을 연 것은 실종된 지 1년여 정도가 지난 2010년 11월이었다. 당시 <솔트레이크트리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실은 아내가 가족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도망을 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내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래서 제 발로 집을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인 스티븐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며느리는 때때로 이성을 잃곤 했다. 분명히 다른 남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해 9월, 파월 부자는 수전의 일기장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또 다른 충격적인 주장을 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인 스티븐과 수전이 사실은 불륜 관계였으며, 수전이 사라지기 전까지 둘은 서로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티븐은 “일기장을 보면 수전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불안했는지 알 수 있다”며 “며느리는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었고 문란하며 성욕이 강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또한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감정적으로 학대를 받았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 10대 시절 한 차례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일기장을 언론에 공개하겠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수전의 부모인 콕스 부부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그 반대라고 주장했다. 수전의 아버지인 척은 “딸이 유타로 이사간 것은 스티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가 계속 딸에게 불편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양육권을 박탈당한 아버지를 떠나 외할아버지 콕스와 지내던 찰리(7)와 브래든(5). 아빠를 만나러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
조시는 아버지의 음란 행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두 아들에 대한 조시의 양육권을 박탈했으며, 그 후 두 아들은 외조부모인 콕스 부부가 맡아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찰리와 브래든이 콕스 부부에게 실종 당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전이 사라진 날 조시와 함께 있었던 두 아들은 당시 각각 네 살, 두 살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표현력이 생긴 나이가 됐으며, 간간히 콕스에게 엄마의 행방과 관련된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가령 브래든은 가족들이 미니밴을 타고 캠핑을 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이상하게 세 명은 차 안에,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트렁크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렸다. 그러면서 “나, 아빠, 그리고 찰리예요. 하지만 엄마는 트렁크에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찰리 역시 실종 당일에 대해서 “캠핑을 갔는데 엄마는 트렁크에 타고 있었어요.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차에서 내려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 다음에는 엄마가 없어졌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하루는 “엄마는 광산에 있어요” “우리가 광산에 가면 엄마를 찾을 수 있댔어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콕스 부부는 “손주들은 뭔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만일 살아있었다면 손주들을 통해서 딸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며 비통해 했다.
‘도대체 수전 파월은 어디에 있나?’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새까맣게 타버린 잿더미 속에 영원히 묻혀 버렸는지도 모른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