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지난 시즌 페이스 못 찾아…김민재 핵심자원 활약…존재감 뿜는 이강인 엔트리 포함될지 관심
무더운 중동 지역에서 열리는 이번 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겨울철에 열린다. 유럽 축구 시즌이 한창일 때 열리는 것이다. 유럽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상황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팀 부진에 우는 손흥민
지난 시즌 손흥민은 역대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프리미어리그 35경기에 나서 23골을 넣어 리그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다. 개인 최초 득점왕 등극이자 커리어 역대 최다골 기록이었다. 이에 힙입어 최근 발표된 발롱도르 순위에서 11위에 올랐다. 이 역시 손흥민 자신의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종전 순위는 22위. 발롱도르 11위는 아시아 선수 최고 기록이기도 했다.
개인만 빛났던 것이 아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며 '영광의 시대'를 보냈던 토트넘은 2019-2020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조세 무리뉴 감독, 라이언 메이슨 감독대행 등을 거쳤지만 리그 순위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누누 산투 감독 체제에서도 난조가 이어졌지만 '우승 청부사' 안토니오 콘테 감독 부임 이후 안정을 찾았다.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과 함께 리그 최종 순위 4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했다.
이번 시즌에 앞서 토트넘은 적극적인 보강에 나섰다. 브라질 대표 출신 공격수 히샬리송을 데려왔으며 임대로 활약하던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완전영입했다. 빅클럽 출신 이반 페리시치(인터밀란), 클레망 랑글레(바르셀로나)를 자유 이적으로 품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이번 시즌 토트넘은 좀처럼 지난 시즌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 성적은 나쁘지 않다. 리그 12경기를 치른 현재, 7승 2무 3패로 리그 3위다.
문제는 경기력이다. 시즌 초반 무패행진을 달렸으나 불안한 행보를 이어왔다. 최근 5경기에서 2승 3패로 불안요소가 드러났다. 상대 수비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선발 라인업을 바꾸기도 하고 전술 변화를 시도했지만 경기력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행보도 불안하다. 토트넘은 스포르팅(포르투갈), 프랑크 푸르트(독일),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 한 조에 편성돼 당초 비교적 쉽게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별리그 1경기를 남겨둔 현재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2승 2무 1패를 기록, 마지막 경기까지 토너먼트 진출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 짓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주요 자원에게 휴식을 주는 다른 강팀들과 사정이 다르다.
팀이 부진하자 손흥민도 지난 시즌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찬스를 맞으면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며 감각을 다듬고 있지만 공격포인트가 쌓이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손흥민은 지난 시즌 4골을 넣었으나 이번 시즌은 한 골이 적다. 그마저도 9월 중순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한 경기에 몰아넣은 골이다. 이적생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 리그, 새 팀에서 승승장구 중인 김민재
반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유니폼을 갈아입은 수비수 김민재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지난 시즌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김민재는 1년 만에 팀을 옮겼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나폴리였다.
김민재는 이탈리아 무대 적응도 필요 없었다. 그는 이적 직후부터 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개막 이후 팀이 치른 15경기 중 단 한 경기만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을 뿐 14경기에서 모두 90분을 소화했다. 그중 리그에서 2골을 넣으며 득점력까지 뽐냈다.
나폴리는 8년간 팀의 중심 수비수로 활약한 칼리두 쿨리발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민재를 영입했다. 유럽에서도 정상급 수비수로 통하는 쿨리발리의 자리를 아시아 수비수로 채우는 것이 의심을 사기도 했다.
김민재가 의심의 눈초리를 걷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 경기 단단한 수비로 팀을 이끌고 있다.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고 있으며 후방 지역에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능력까지 증명하고 있다.
김민재와 함께 소속팀 나폴리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리그 11경기에서 9승 2무로 유럽 빅리그 유일의 무패 팀이다. AC 밀란, AS 로마 등 강호들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두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나폴리 팬들은 마라도나 시절(1989-1990) 이후 33년 만의 우승 꿈을 키우고 있다.
나폴리의 호조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조의 '거함' 리버풀까지 잡아내며 조별리그 5연승을 내달렸다.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기대감 키우는 이강인
월드컵 전 마지막 A매치 기간이었던 지난 9월 평가전 2연전을 가장 뜨겁게 달군 선수는 이강인이었다. 지난 시즌 부진을 딛고 반전을 이뤄낸 이강인은 약 18개월 만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 카메룬을 상대할 때 이강인은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벤치만 지키다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을 해왔던 발렌시아를 떠나 지난 시즌 마요르카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 시즌, 점차 주전에서 밀리는 모양새가 펼쳐졌고 팀도 강등권을 오갔다. 마요르카에서 2년차 시즌, 이강인은 반전을 만들고 있다. 팀이 치른 대부분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며 중용을 받는 중이다. 11경기에서 쌓아올린 공격포인트도 5개(2골 3도움)로 본인 커리어 최다 기록이다.
세세한 경기력마저 달라졌다는 평가다. 꾸준한 몸 관리로 약점으로 지적받던 몸싸움이 강해졌으며 스피드도 빨라졌다. 기존 강점이던 경기 운영 능력과 패스, 킥 능력도 날카로워졌다.
이 같은 변화에 팬들은 기대감을 키웠다. 9월 평가전 말미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경기장을 찾은 일부 팬들은 이강인의 투입을 바라며 그의 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았다. 최근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한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윤석영은 "벤투 감독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이강인을 기용해보지 않은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월드컵 본선 개막까지 4주, 엔트리 발표까지 약 2주를 남겨뒀다. 대회 무대를 밟을 26인 엔트리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강인의 미래만큼은 속단하기 어렵다. 이상윤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강인이 그동안 대표팀에서 중용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본선 무대에서 필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부터 참가 인원이 26명으로 확장된 것도 이강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는 겨울에 열리는 특이한 대회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대회 직전까지 시즌 일정을 치르다 합류한다"며 "손흥민, 김민재 등 선수들은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직전 주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한 아픈 기억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팀의 조편성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는 "H조에 편성됐다. 어떤 상대와 만나느냐보다 대회 개막 이후 가장 늦게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 좋다고 본다.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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