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신 부회장은 롯데정보통신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했으며 현재 보유 주식수는 6만4천 주(지분 7.5%)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신 부회장이 주당 5천원에 지분을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흘러나왔다.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의 시스템통합을 담당한 계열사로 롯데그룹의 전폭적 지원 속에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가 롯데정보통신에 대해 삼성SDS·LG-CNS와 더불어 상장요건을 갖춘 우량주로 평가했을 정도다. 비록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 시점이 1년 전이라 해도 그 가치가 주당 5천원에 지나지 않았다면 ‘헐값 매입’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롯데그룹측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롯데정보통신이 자본금을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리기 위해 증자를 했는데 그 과정에 신동빈 부회장도 참여했을 뿐”이라며 “헐값 주식 매입설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못박았다.
지난 1998년과 1999년 롯데쇼핑(주)의 유·무상 증자 과정에서도 신 부회장이 헐값에 지분을 확보했다는 논란이 일부 언론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신 부회장의 롯데쇼핑(주) 지분은 21.19%가 됐지만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1.77%),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21.18%)에 앞서는 최대주주다. 롯데쇼핑(주)은 주요 계열사 지분 상당량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98년과 99년 증자 과정엔 호텔롯데가 참여했을 뿐이며 신동빈 부회장 지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롯데쇼핑은 지난 10년간 지분변동이 전혀 없다”며 헐값 지분 매입설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해선 노골적으로 불쾌한 시각까지 드러냈다.
그러나 비상장법인의 주식가치가 사실상 그룹총수일가의 마음먹기에 따라 정해지는 국내 현실 속에서 롯데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소수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 나도는 롯데쇼핑 상장 소문 역시 신 부회장의 지분 확보 과정에 대한 논란을 부채질하는 대목이다. 롯데쇼핑 주식이 상장될 경우 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지만 롯데쇼핑의 상장가에 대한 평가와 기업공개가 이뤄지면서 신 부회장의 지분 확보과정에 대한 ‘또다른’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쇼핑이 상장될 경우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을 신세계(7조5천억원) 수준으로만 가정해도 지분 21%를 보유한 신동빈 부회장의 지분액은 1조원을 거뜬히 넘어서게 된다.
지분구조상 신 부회장은 그룹 승계에 대한 기반을 확실히 닦아놓은 셈이지만 그의 경영 성과에 대해선 아직 의문점을 갖는 시각이 많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저조한 실적은 신 부회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유보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 부회장이 벌인 대표적 사업으로 꼽히는 세븐일레븐은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7백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며 경쟁브랜드인 훼미리마트, GS25 등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8월 코리아세븐은 유상증자를 통해 우량계열사인 호텔롯데·롯데리아로부터 자금수혈을 받기도 했다. 신 부회장이 미국 유학시절부터 점찍었다는 ‘크리스피크림도넛’과 최근 국내영업을 시작한 일본의 중저가 의류브랜드 ‘유니클로’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세븐일레븐의 상처를 지워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