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망자만 19명, 주민들 “매년 인파 예방 대책 세웠어야”…관광특구에서 후진국형 사고 여파 클 듯
#이태원은 한국의 핼러윈 메카
이태원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지다. 2022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관광객의 한국 여행실태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 방한 외국인의 선호 여행지 조사에서 명동,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종로‧청계천, 신촌‧홍대, 강남역, 롯데월드에 등과 함께 이태원이 10위권 안에 들어가 있다.
특히 이태원은 핼러윈 축제의 메카다. 외래문화인 핼러윈 축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태원을 중심으로 펼쳐져 왔다. 각국의 주한 대사관들이 몰려있고 외국인 식당과 상점이 많은 데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거주지가 많아 평소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모인다. 이태원은 방한 관광객의 선호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이자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이태원은 관광특구로도 지정되어 있다. 사고가 난 거리는 세계음식거리 가운데 일부다. 해당구청인 용산구청과 관할 경찰서 등의 준비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역 주민은 “매년 핼러윈 축제 때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을 감안해 사고 예방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며 “이태원은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등 외국인들이 즐기는 축제 때 특히 붐빈다는 것을 매년의 경험치나 통계치로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3년 만에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거리로 나오면서 통제로 억눌렸던 사람들의 심리가 풀려 2배 정도의 사람들이 몰릴 것을 감안했어야 했다”면서 “한남대교에서 녹사평까지 차량 진입을 통제해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골목의 밀도를 낮추고 거리에 경찰 등 인력을 배치했어야 한 것 아닌가”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태원은 홍대나 강남과 달리 개발이 안 된 지역이 많다. 좁은 골목과 옛날 주택이 많고 전체적으로 많은 수의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한때 미군부대 주둔 지역으로 미군을 위한 위락시설 등이 있던 곳은 정리가 덜 된 뒷골목도 많다. 사람이 몰리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불법주차도 많아 인도가 더 좁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인 내국인으로 오인하기도
처음엔 2명 정도만 확인됐던 외국인 사망자 수도 19명으로 늘었다. 아직 사망자의 신원확인이 명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모가 내국인과 비슷한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인을 내국인으로 착각해서다. 하지만 사망자의 신원확인이 되면서 외국인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라 한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 수를 국적별로 살펴보면, 지난 8월 31만여 명의 방한 관광객 가운데 아시아인이 17만여 명이었다. 중국인이 3만여 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2만 6000여 명, 베트남 2만 4000여 명을 비롯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몽골,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뒤를 잇는다.
7월에도 26만여 명의 방한 관광객 가운데 아시아인이 13만여 명, 6월에는 22만여 명의 관광객 가운데 11만여 명 등 아시아인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러한 통계로 봤을 때 초기의 사망자 확인 과정에서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시아인을 한국인으로 오인했을 수 있으며 외국인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바운드 업계는?
외국인의 내국여행을 진행하는 인바운드 업계는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안전하지 않는 국가로 오인될까 염려하고 있다.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입국 시 코로나19 의무 검사가 해제되고 비자 없이 국내 여행을 할 수 있는 무사증국도 늘리며 방한 문의도 늘고 관광객도 조금씩 늘면서 인바운드 업계도 회복을 기대하고 있던 상황인데 이런 사고가 나 안타깝다”며 “압사사고는 후진국형 사고라는 인식이 있어 장기적으로도 국가 이미지가 훼손돼 지속적으로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어느 지역이 오픈되면 보통 개인 여행객이 먼저 조금씩 풀리면서 여행에 예열이 되고 인센티브 여행객과 단체 여행객이 들어오면서 여행이 활성화되는데, 당분간은 각국의 기업이나 학교 등에서 오는 단체 여행단이 한국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한국 대신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는 싱가포르나 일본, 대만 등으로 여행지를 우회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인바운드 여행사 대표는 “무엇보다 이런 사고로 인해 안전불감증의 나라로 ‘낙인’ 찍힐까 걱정이다. 국가 이미지에 붙는 부정적 느낌은 꽤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안전에 대한 것은 여행자의 여행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걱정했다. 또 “클럽과 식당이 대거 모여 있는 유흥가에서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는데 누가 이 거리에서 놀고 싶어 하겠나. 당분간 애도 물결이 이어지며 이태원 상권도 다시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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