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발걸음에 근조화까지…“참담한 심정이다”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이튿날인 30일, 사고 현장인 이태원 해밀톤 호텔 인근은 침울함이 만연했다. 사고 수습과 원인 파악 등으로 경찰, 소방 대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폴리스 라인 역시 여전했으며 주변 도로 일부는 오후까지 통제되는 중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사상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발걸음도 이어졌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어대식 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다. 젊은 친구들이 너무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기도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오게 됐다"며 현장 방문 배경을 말했다. 그는 "보광동에서 학교를 다녔었는데 나의 젊은 시절이 생각나기도 해 가슴이 아프다"고도 했다.
단순 호기심에 근처를 서성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 인원이 치켜든 휴대폰 카메라를 향해 "뭐하냐"고 나무라는 행인들의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허망한 사고에 추모를 위해 현장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왔다는 한 노부부는 "얘기치 못한 사고에 너무 마음이 좋지 않다"며 입을 모았다.
사고 현장을 둘러싸고 각 방향에 형성된 폴리스 라인 근처로는 애도의 의미를 담은 근조화가 놓이기도 했다. 꽃다발 리본에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해밀톤 호텔 앞 사거리에서는 정오를 전후로 한 60대 남성이 목놓아 울음을 터뜨려 시민들의 눈길이 쏠렸다. 그는 "아이들이 죽었다. 나는 그 시간에 멀쩡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미안하고 참담한 심정이다"라며 오열했다.
사상자의 유가족은 아니라고 밝힌 그는 "내 아이가 1990년생이다. 사고를 당한 아이들과 또래다. 내 아이도 현장에 있었다면 마찬가지로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라며 "우리 어른들의 잘못인 것만 같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그에게 행인들의 위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 남성은 그에게 담배를 건네 나눠 피우며 "마음을 다스리라"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럼에도 그의 울음소리는 교통 통제로 적막한 사거리에 한 동안 들려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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