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포기 꽉꽉 참사 1시간 전 파출소에 상황 전달…시민 도움으로 난간 올라간 배지터 직접 시민 구조
#BJ 케이·세야 “우리 때문이라고? 사실 아냐”
이태원 대참사 직후 불거진 소문의 주인공과 가장 근접한 이는 BJ 케이(본명 박중규)로 보인다. 당시 골목 안, 그것도 골목의 한 술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BJ 케이는 아프리카TV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불거진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된 이 글에서 BJ 케이는 “언론에서 ‘유명인이 술집 방문으로 인하여 인파가 몰렸다’고 보도됐고 그 유명인을 저로 지칭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술집을 방문한 게 아니고 인파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술집으로 밀려 들어오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종업원이 밖은 위험하니 나가지 않는 게 좋다고 말씀하셔서 30분가량 건물 내부에 있다가 경찰 통제로 거리가 조금 풀려 건물에서 나와 사고 현장과 반대쪽 골목을 통해 이태원을 벗어났다”며 “아프리카TV 쪽에서도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동선을 요청해 어제 갔던 모든 동선과 시간대를 알려주었다”고 밝혔다.
BJ 케이와 함께 있었던 BJ 세야(본명 박대세)도 아프리카TV 채널에 게시글을 올렸다. 역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시작한 글에서 BJ 세야는 “언론 및 게시글에서 ‘유명인들 방문으로 인파가 몰렸다’고 보도돼 유명인들을 저희로 지칭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분장 후에 아무것도 못 하고 인파에 휩쓸려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인파에 밀려 케이와 헤어지게 되었고 케이 매니저 카뮤와 저는 큰길 쪽으로 밀려나게 되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양측의 설명에 따르면 인파로 인해 케이와 헤어지면서 케이만 홀로 골목의 술집으로 밀려들어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BJ 세야는 “큰길로 밀려나는 도중에 앞에 여성 몇 분들이 넘어지셔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 저도 크게 다칠 뻔했고 다행히 여성들은 잘 일어나셔서 큰길로 같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이후 이곳에서 방송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이태원을 빠르게 벗어났다”고 그날 밤 상황을 설명했다.
#BJ 꽉꽉 “이러다 다칠 것 같아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1시간가량 전 이태원 파출소를 찾아 인파 통제를 부탁한 BJ도 있다. 핼러윈을 맞아 코스튬 의상을 입고 야외 방송을 진행한 BJ 꽉꽉(본명 곽혜인)이다. 이날 생방송에는 엄청난 인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밤 9시쯤 이태원 거리에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다 인파에 갇힌 BJ 꽉꽉은 “밀지 마세요” “넘어질 것 같아요” “이러다 다칠 것 같아요” 등의 말을 외쳤다. 주위에서 다른 사람들이 신음 소리를 내며 힘겨워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BJ 꽉곽은 인파에 휩쓸려 가방끈이 끊어져 가방을 분실했다.
9시 16분쯤 인근 이태원 파출소를 찾아 가방 분실 신고를 한 BJ 꽉꽉은 “저기 통제가 필요할 것 같다”며 “사람들이 그냥 위에서 계속 밀어서 중간에 다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출소를 나온 BJ 꽉꽉은 “이태원에서 방송 못한다. 여긴 압사당한다. 깔려 죽는다. 아까도 앞에서 몇 백 명이 사람이 밀려와 끼어서 그냥 휩쓸려 내려왔다”는 말을 남긴 채 방송을 포기하고 귀가했다. 그리고 1시간가량 지나 참사가 벌어졌다.
이즈음 통제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은 BJ 꽉꽉만이 아니었다. 11월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관련 경찰청장 브리핑’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10월 29일 오후 6시 무렵부터 이태원에서 112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해 밤 9시부터 폭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BJ 배지터 “한 사람만 더 구하자, 한 명만 더”
역시 핼러윈 야외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은 BJ 배지터(본명 채경민)는 참사 당시 바로 그 골목에 있었다. BJ 배지터는 골목 안에서 인파에 몸이 완전히 끼어 있는 상황이었고 사람들에게 발을 밟히고 밀리며 몸에 피가 통하지 않는 기분을 느꼈으며 일시적으로 호흡 곤란까지 겪었다고 한다.
다행히 BJ 배지터는 한 시민의 도움을 받아 골목 옆 해밀톤 호텔 외부계단 난간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청재킷을 입은 남성이 BJ 배지터가 난간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지탱해준 것. 어렵게 위험한 상황에서 구조된 BJ 배지터는 겨우 정신을 차린 뒤 본인 역시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쪽 골목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난간 위로 끌어올렸다. 나중에 청재킷을 입은 남성도 난간 위로 올라와 다른 시민들을 구조했다.
그렇지만 난간 위 공간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모두를 끌어 올릴 순 없었다. 점차 난간 위 공간이 부족해지자 사람을 끌어 올리려 하는 BJ 배지터에게 한 남성이 “여기도 위험하다. 그만 끌어올려라”고 외쳤다. 그럼에도 BJ 배지터는 “한 명만 더, 한 명만 더”라고 말하며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끌어 올려 구조했다. 난간 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 가운데 “위에도 꽉 찼는데 무슨 소리야”라고 화를 내는 이도 있었고 “(더) 못 올라와요”라고 동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BJ 배지터의 구조는 계속됐다. 이런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은 생중계됐다.
이후 당시 BJ 배지터에게 그만 끌어 올리라고 한 사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에 11월 1일 생방송에서 BJ 배지터는 “그 사람도 그 전까지 계속 도와줬다”며 “다 같이 거기에서 빠져나온 건데 신상 털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BJ 배지터를 비롯한 난간 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구조된 이들의 증언이 온라인에서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사람들이 (난간) 위에서 손을 잡고 올라오라는데 그렇게 눈물 날 정도로 고마운 손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살았다”고 당시를 회상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진짜 깔려 죽을 거 같아 구멍으로 숨 쉬면서 울었다. (난간) 위에 있는 언니 오빠들이 내 손을 잡고 끌어올리고 내가 친구 밑에 (사람을) 끌어올리고 친구가 밑에 (사람을) 끌어올리고 그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겨우 빠져나왔지만 피멍에 정신적 충격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태원 참사 사망자가 11월 1일 오전 11시 기준 156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총 151명으로 중상자는 29명, 경상자는 122명이다. 부상자 가운데 111명은 상태 호전으로 귀가했지만 40명은 입원 중이다.
부상자로 집계되진 않았지만 당시 골목에서 힘겹게 빠져나와 귀가한 시민들 가운데에도 여기저기 부상을 당한 이들이 많다. 대참사의 현장에 있었던 만큼 정신적인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방송 촬영이 아닌 동료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던 한 BJ도 골목 안에 있었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 있었다는 게 아직도 안 믿기고 충격이 크다는 그는 여기저기 밟혀 피멍이 들어 있는 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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