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옆집 부자를 만나러 달려간 곳은 경남 거창의 시골이다. 조용하기만 한 작은 시골을 들썩이게 만든 주인공이 있었으니 정체는 바로 새빨간 짜장면이다.
IMF로 남편의 직장과 운영하던 식당까지 모두 잃고 거창으로 도망치듯 내려오게 됐다는 박은희 씨(56) 씨. 친정 오빠의 소개로 돌 가공 일을 시작한 남편의 건강 악화로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며 식당 일로 여섯 가족 생계를 책임지던 어느 날 일하던 중국집 사장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어릴 적 아버지가 자주 해주신 대로 짜장을 볶았고 그 맛을 인정받았다.
그 후 일하던 중국집을 인수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레시피 리뉴얼에 집중했다. 사과와 단호박에 숙성한 두부를 튀겨 섞은 두부 춘장은 짠맛을 중화시키고 부드럽고도 깊은 맛을 완성하고 하얗게 볶아서 얹었던 양파 소스는 말린 팽이버섯으로 감칠맛을 더한 육수와 칼칼한 고춧가루를 가미한 새빨간 쟁반짜장으로 재탄생했다.
"이게 짜장면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는 독특한 비주얼로 입소문을 타면서 거창 시골 마을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단다. 게다가 튀긴 라이스 페이퍼를 얹은 탕수육은 비주얼은 물론 바삭하고도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며 조용한 시골 마을로 전국 각지의 식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색다른 양파 쟁반짜장으로 인생 역전했다는 은희 씨의 비밀 노트를 들여다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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