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거래소, 유통량 정보 신뢰성 문제 지적…마이크로소프트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새 국면
위믹스는 지난해 11월 3만 원을 넘는 가격을 기록했지만 이후 급락했다. 올 초 1만 2000원을 기록했고 10월 초에는 2200원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최근 새로운 메인넷 위믹스 3.0 등을 발표하면서 10월 20일 3000원까지 상승하며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 그래서 유의 딱지가 붙기 전까지만 해도 위믹스 커뮤니티 분위기는 좋았다.
위믹스가 논란이 되기 시작한 건 위믹스 3.0 론칭을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모으면서다. 위믹스는 위믹스 3.0이란 새로운 메인넷 론칭과 함께 위믹스 달러라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예고했다. 위믹스 달러는 위믹스 자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다. 위믹스는 위믹스 달러 담보로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로 평가받는 USDC를 선택했다. USDC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꼽히는 코인베이스와 연관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위믹스 달러 담보를 위해 위믹스는 코코아 파이낸스라는 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이용했다. 위믹스는 코코아 파이낸스에 위믹스 약 1000억 원에 해당하는 3580만 위믹스 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코코아 파이낸스 스테이블 코인 KSD를 1600만 달러만큼 대출 받았다. 위믹스 팀은 이렇게 모은 KSD를 다시 USDC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위믹스 팀은 엄청난 거래 수수료와 슬리피지(호가 차이로 인한 손해) 손실 등으로 약 44만 달러에 달하는 큰 비용을 지불했다. 다만 이때 USDC 외에 USDT 등 다른 스테이블 코인을 섞어서 담보로 마련하고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절약하지 않은 부분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10월 21일 위믹스 팀은 이렇게 긁어모은 USDC를 브릿지 통해 클레이튼 체인에서 거래소로 옮기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오르빗 브릿지 측에서 전환 작업을 직권으로 막은 것이다. 오르빗 측은 ‘이상 거래로 판단했다’며 트랜잭션을 승인하지 않았다.
가상자산에서 브릿지는 아주 거칠게 말하면 국경이나 전당포 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체인 가상자산을 갖고 있는데 이걸 다른 체인으로 옮기고 싶다면 브릿지를 이용해야 한다. 브릿지를 통해 국경처럼 서로 다른 체인 사이를 오갈 수 있기도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상자산을 담보로 묶어두고 새로운 가상자산을 내어준다는 점에서 전당포 같기도 하다.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클레이튼 체인에서 1600만 달러만큼 브릿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플랫폼은 오르빗 브릿지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위믹스 팀도 오르빗 체인이 아니면 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브릿지에서 말 그대로 낀 상태로 시간이 지났다. 수십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위믹스 팀은 오르빗 브릿지를 통해 체인을 옮기는 걸 포기했다.
브릿지가 자의적으로 브릿지 이용에 제한 둔 것을 두고 ‘탈중앙화가 아니다’와 ‘오르빗이 생각이 있으니까 막았지, 다른 곳이었다면 손 놓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브릿지에서 막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해야지 무턱대고 비싼 수수료만 내게 됐다’며 위믹스의 아마추어적인 행동을 비난하는 여론도 있었다.
10월 22일 위믹스 팀은 어렵게 모은 USDC를 팔고 클레이튼 기축 통화 클레이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클레이튼 체인 안에 USDC는 브릿지가 필요하지만, 클레이는 브릿지 필요 없이 거래소로 바로 보낼 수 있다. 위믹스 팀은 바이낸스 거래소로 클레이를 보내 현금화하고 다시 USDC를 모았다고 추정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를 위믹스 팀이 가진 위믹스를 맡겨 유동화를 진행했다고 여긴다.
이때 가상자산 업계 인플루언서 변창호 씨가 위믹스 문제를 지적했다. 변 씨는 ‘위믹스 유통량이 잘못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변 씨는 위믹스 유통량이 약 1.2억 개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 유통량은 2배 이상 될 것이라고 했다. 변 씨는 위믹스 팀이 코코아 파이낸스에 담보로 맡긴 3850만 개 등도 유통량에 반영이 안 됐다고 봤다. 유통량 업데이트가 안 되면서 거래소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 사이 간격이 벌어지면서 가격과 유통량을 곱한 시가총액도 차이가 벌어졌다.
변 씨는 유통량 문제와 함께 투명하지 못한 유동화 문제도 지적했다. 위믹스는 지난 1월 장내에 재단 보유 물량을 매각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야기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위믹스 팀은 ‘유동화 전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변 씨는 위믹스가 직접 팔지만 않을 뿐 De-Fi에 위믹스 코인를 예치하고 스테이블 코인을 받아간 건 사실상 판 것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위믹스 팀이 De-Fi에 맡긴 위믹스 코인은 공매도 등에 활용될 수도 있다. 한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위믹스 팀을 두고 ‘위믹스가 유동화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더니 De-Fi에 자산을 맡기고 달러를 가져왔다. 전당포에 물건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받아왔다면, 전당포에 맡긴 물건은 세상에 없던 물건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위믹스 측은 ‘생태계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리저브 지갑에서 6400만 개 위믹스를 이체했고, 이 가운데 3580만 위믹스를 코코아 파이낸스에 예치했다. 나머지 위믹스는 콜드 월렛에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유통량에 포함되지 않는 물량’이라며 ‘예치된 물량은 시장에 유통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통량 산정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믹스를 서비스하는 위메이드는 변 씨를 겨냥한 듯 ‘최근 악의적 소문을 퍼트리는 인물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위메이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최근 텔레그램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위믹스 유동화 등 악의적 소문은 모두 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위믹스 측의 엄포와 달리 10월 27일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변 씨 손을 들어줬다. 27일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측에 따르면 위믹스는 업비트, 코인원, 빗썸, 코빗 등 가상자산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닥사는 위믹스가 투자자들에게 제때 명확한 정보 제공하지 않은 점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 거래소는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위믹스 유통량 정보에 신뢰성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위믹스에 대한 신규 입금도 중단했다. 2주 동안의 논의를 거쳐 최종 거래지원 종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수도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 여부와 별개로 코코아 파이낸스에 담보로 맡겨둔 위믹스가 청산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코아 파이낸스는 위믹스의 가치가 떨어져 담보 대비 대출해간 자금의 비율이 60%에 도달하면 청산(반대매매) 절차에 들어간다.
위믹스가 담보로 맡길 때는 약 2000원대 후반이었지만 현재 위믹스가 1700원선으로 내려오면서 담보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환율 기준 위믹스가 1062원에 도달하면 맡겨 둔 위믹스는 청산된다. 만약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위믹스 3580만 개가 시장에 일시에 풀리면서 가격은 궤멸적 하락을 맞이할 수 있다.
10월 29일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이 주요 거래소에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위믹스 평가 등급을 기존 A등급에서 BB+ 등급으로 3단계 하향 조정했다. 28일 쟁글 위믹스 등급 보고서에서 “재단에 대한 신뢰도 이슈가 발생했다”며 “재무지속성, 질적평가 등에서 점수를 큰 폭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위믹스 측은 유의종목 해제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위믹스 측은 “보유한 모든 물량을 신뢰할 만한 제3자 수탁(커스터디)업체에 수탁할 계획이다. 수탁 과정에서 거래소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할 예정”이라며 “유통량 변화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지하는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개별 유통마다 정확한 유통 물량과 그 원인을 커뮤니티 채널에 알리고 거래소에도 세부 내용을 즉각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11월 2일 대책의 일환인지 위메이드는 210억 규모 1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만기이자율은 1% 사채만기는 2027년 11월 18일이다. 주식 전환가액은 5만 510원이다. 전환사채가 100%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41만 5757주가 신규 발행된다. 전체 지분율로는 1.2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전환사채 발행은 은행권 대출이 힘들어진 경우로 보거나 지분 가치 희석 등을 이유로 주식시장 악재로 통하는 경우가 많지만 위메이드는 전환사채 발행 대상자를 글로벌 IT 공룡 마이크로소프트로 명시해 오히려 가격이 폭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P2E(Play to Earn) 분야 투자를 위해 아시아 파트너로 위메이드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덩달아 위메이드 주가도 16% 이상 급등해 2000원을 회복했다. 폭등이 지속된다면 위믹스 40% 추가 하락시 청산 가능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2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상장폐지라는 표현이 기사에 많이 등장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DAXA와 소통하고 있고, 충분한 소명을 하고 있다”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을 일축했다. 장 대표 자신감처럼 위믹스가 곧 유의종목 지정 해제를 이룰 수 있을지 투자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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