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보려고 인파 몰려? 참사 몇 시간 전 이미 혼잡…‘구조적 원인 찾는 대신 마녀사냥’ 경계론 대두
기본적으로 ‘유명인이 등장해 인파가 몰렸다’는 얘기 자체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일요신문에서 촬영한 오후 4~5시 이태원의 모습 역시 제대로 걷기가 힘들 만큼 인파가 많았다. 점차 밀집도가 더 높아져 참사가 벌어진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은 오후 6시 무렵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된다.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이와 관련된 첫 112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자가 당시 상황을 “압사당할 것 같다” “지금 너무 소름 끼친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을 만큼 위태로웠다. 이런 상황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심각해졌고 8시, 9시를 넘기며 112 신고가 더 많아졌고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결국 참사가 벌어졌다.
따라서 ‘유명인이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 등장하면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얘기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대참사 이전에는 교행이 원만했던 골목이 밤 10시 무렵 유명인의 등장으로 갑자기 인파가 몰려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와 세계음식거리 방향으로 올라가는 인파와 반대로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파가 좁은 골목 안에서 엄청나게 붐벼 위태로워진 것은 최소한 6시 무렵부터다.
물론 엄청난 인파가 좁은 골목 안에 있는 상황에서 유명인의 등장이 일종의 트리거가 됐을 순 있다. 엄청난 인파가 좁은 골목에서 그나마 조금씩은 움직이고 있었는데 유명인이 등장하면서 인파가 이를 구경하려 몰리다 넘어지기 시작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BJ 케이는 실제로 대참사가 벌어진 시점에 그 골목의 한 술집에 있었다. 그렇지만 BJ 케이는 공식입장을 통해 “술집을 방문한 게 아니고 인파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술집으로 밀려 들어오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사고 직전 현장 사진과 영상들을 보면 유명인이 나타났다고 해도 이를 구경하려 진행 방향을 바꿀 여지조차 없을 만큼 엄청난 인파가 골목 안에 몰려 있었다.
게다가 BJ 케이와 BJ 세야가 유명 BJ이며 아프리카TV를 통해 많은 팬들과 만나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알아봐 인파가 대거 몰릴 만큼 유명세를 가진 이들인지 여부도 의문이다. 물론 당시 이태원에는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을 즐기는 젊은 층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톱스타급 유명 연예인 수준의 유명세와 영향력은 아니다. BJ 세야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저희는 그저 수많은 군중 중 하나일 뿐, 분장 때문인지 다들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어서인지 저를 알아보는 사람 역시 거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당시 언급된 유명인이 배우 유아인이라는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유아인은 이태원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평소 이태원에서 목격담도 종종 등장했던 연예인이다. 유아인 정도의 톱스타라면 인파가 대거 몰리는 상황이 연출돼 트리거가 됐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유아인은 아예 해외에 체류 중이라 참사 당시 이태원은 물론 한국에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연예 관계자들은 유아인의 해외 체류 소식이 알려지기 전부터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이 대중이 많은 곳에 방문할 경우 소속사에서 만반의 준비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대표적인데 밤에 해운대 포장마차 등을 스타들이 찾곤 하는데 대부분 경호원을 대동한다”며 “물론 연예인이 개인적으로 인파가 많은 곳을 방문하면 소속사에서 모를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 철저히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인파가 몰려 사고 위험도 있지만 유명세가 많은 스타들은 무방비로 사람들이 알아보는 상황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술집 방문 관련 대목에서도 비슷한 설명이 더해졌다. 유명 연예인이 길거리를 걷다가 아무 술집이나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실장급 매니저는 “유명 연예인은 가게에서 편의를 봐줄 만큼 친분이 있는 단골 술집을 주로 찾고, 처음 방문하는 술집일지라도 소개한 지인을 통해 가게 측과 사전에 얘기가 된 상태에서 방문한다”며 “인근에 인파가 많은 상황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정식 출입구가 아닌 다른 문을 이용하게 해주거나 술집 안에서 최대한 사생활이 보호되는 자리를 배려해줘 구경하려는 인파가 몰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연예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괜한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이태원 대참사가 발생한 구조적인 원인을 찾기보다 책임을 전가해 화제가 쏠릴 만한 희생양을 찾다 보니 괜한 연예인 등 유명인 관련 루머만 양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의 중견 연예 관계자는 “만약 그때 골목에 정말로 유아인 씨가 있었다고 해도 참사 원인과는 무관하다. 이미 몇 시간 전부터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 매우 위험한 수준의 인파가 몰려 있었고 거듭된 신고에도 경찰 통제나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유아인 씨처럼 그 동네에 사는 연예인이 우연히 그런 인파에 휩쓸렸다면 그 역시 위험한 상황에 놓였던 한 명의 시민일 뿐인데 인파가 몰린 게 연예인의 유명세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마녀사냥”이라고 강조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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